사랑일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랑일기 / 이성복 입동이 지났는데도 딸아이는 여름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다른 운동화나 구두는 신지 않는다. 자기 발에 맞게 편안히 늘어난 것이 좋은가보다 싶어 그냥 두었다. 이번주부터 추워진다는 일기예보에 지난 일요일에 부추를 사러갔다. 다행히 맘에 드는 부추를 사서 집으로 가는 길. 우리모녀는 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마을버스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는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는 낙엽이 뒹구는 창밖을 구경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런 딸아이를 바라보았다. "서형아. 집에가면 엄마 원고 써야 하거든. 내일까지 써야할 게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엄마한테 자꾸 말시키지 말고 혼자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놀아야 해. 부추도 샀으니까 엄마가 부탁할게." 31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딸아이에게 나는..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