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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황인숙 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나서고 싶다...... - 황인숙 시집, 문학과지성사 일요일에 성묘를 갔다왔다. 집에 두고 간 핸드폰에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쌓였다. 뭔가 봤더니 추장 부친상 소식이다. 가슴이 덜컹했다. 며칠 전까지 아버지를 곁에서 모시기위해 일산 근처로 이사해야할 것 같다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뭐 그런 얘길했었다. 아버지가 오래 아프셨다. 27년 정도. 예전에 추장 인터뷰할 때, 아버지 얘길 꽤 길게 했었다. 아버지가 막내인 그를 유독 예뻐했고 아버지에게 업혔던 따뜻한 등을 기억하고, 중3때부터 아팠던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화학과를 지원했고 등등. 그 나눠가진 기억 때문인지 마음이 아팠다. 여러가지 이유로 심란했다. 작년 언제인지는 모르겠..
김수영 / 비 '움직이는 비애'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명령하고 결의하고 '평범하게 되려는 일' 가운데에 해초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 순간이 순간을 죽이는 것이 현대 현대가 현대를 죽이는 '종교' 현대의 종교는 '출발'에서 죽는 영예 그 누구의 시처럼 그러나 여보 비오는 날의 마음의 그림자를 사랑하라 너의 벽에 비치는 너의 머리를 사랑하라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결의하는 비애 변혁하는 비애...... 현대의 자살 그러나 오늘은 비가 너 대신 움직이고 있다 무수한 너의 '종교'를 보라 계사 위에 울리는 곡괭이소리 동물의 교향곡 잠을 자면서 머리를 식히는 사색가 --- 모든 곳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다 여보 비는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