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화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종삼 / 묵화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시집 민음사 긴 하루가 지났다. 단거리 마라톤을 끝낸 것 같다. 다리가 팅팅 부었다. 다시 한 호흡 가다듬는다. 늘 삶이 단조롭기를 소원하나 그러질 못해 말썽이다. 친구가, 나이 사십에 접어들면서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기로 결심했는데도 왜 똑같이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니만 내가 그 짝이다. 분명 결심했다. '잘할 수 있는 일만 하자. 한 가지라도 공들여 일하자.' 그리고 종종거리지도 징징거리지도 말고 묵묵히 거뜬히 해내자. 그런데 여전히 부릉부릉 시동소리 요란하다. 이런 삶은 주위에도 민폐다. 나와 접속하는 사람들의 인사말이 늘 이렇다. “요새 바쁘지?” 완전 민망하다. 조용히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