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절

(3)
명절 다음 날 명절 전날, 그러니까 여친과 헤어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후배에게 말하고 또 말했다. “받아들여. 이유를 따지지 마. 이 세상에 논리적 인과성을 비켜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꼭 너처럼 헤어진 이유라도 알자며 매달렸던 인생선배들이 얼마나 처참히 버려졌는가를 예로 들며, 나는 연애사건을 포함한 '삶의 부조리'를 연신 설파했다. 내겐 그랬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대부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냥 받아들여야하는 현실로 닥쳤다. 여자에겐 ‘결혼’이 삶의 불합리를 체험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제도장치다. 순종과는 거리가 먼 인간유형인 나조차도 ‘대 시댁’관련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행한다. 생존본능의 발동이다. 제사나 명절은 일박이일 극기훈련 가는 기분으로 임하며 실제로도 혹..
명절을 생각한다 * 생애를 생각한다 ‘오래 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며칠 전 아는 동생이 댓글로 달았다. 표현이 적절하고 절실해서 뭉클했다.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선 나야 말로 산다는 것이 뭘까, 인생은 왜 이리 긴가, 상념이 많은 요즘이다. 아이들 밥 세끼 거둬 먹이다보면 어느 새 부엌 창문으로 어둠이 깔린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한 하루살이. 앞으로도 큰 틀에서 달력의 질서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일상은 이리도 단조로운데 인생은 왜 이리 험난한가. 아이러니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어릴 때 학교 다니고 어른 되어 일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자식 키우다가 병들어 죽는 인간의 일생. 이대로 살기도 벅차다. 고난도 기술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쩔쩔매면서 내 한몸 챙기고 내 새끼들만 거두다가 저..
조계사에서 촛불로 밝힌 明절 마지막 날 해마다 명절을 맞는 기분이 달라진다. 철부지 시절의 명절은 맛난 음식 많이 먹고 친척들도 만나고 며칠 연달아 놀 수 있는 축복된 날이었다. 게다가 설날엔 새뱃돈으로 지갑도 두둑해지니 얼마나 좋았는지. 결혼후에는 부엌지킴이가 되는 명절이 그닥 반갑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에서 며느리로 사는 한 감내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역시 몸이 힘든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촌오빠가 죽고 오빠가 아프고 집안에 우환이 닥치면서 명절이 유쾌하지 않게 됐다. 가가호호 웃음꽃이 피는 (것처럼 보이는) 명절엔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명절은 집안에 아픈 사람없고 실업자도 없고 비혼자도 없는 무탈하고 단란한 가족에게만 '밝은 날'이란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후엔 더 최악이다. 최근 3-4년 동안 눈물의 명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