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논 / 황지우 '살고싶다 별안간' 큰비 물러간 다음, 논으로 나가 본다 창평 담양 일대의 범람이여 논은 목숨이다 농부님은 이 숨 넘친 水平에서 자신의 노동을 뺀 생산비 이하의 풀포기들을 일으켜, 그래도 어쩌야 쓰것냐 살어라 살어라 하신다 멀리 제비들이 그에게 경례 한다 아픈 내 몸이 안 아프다 왜 그러지 물 위로 간신히 밀고 나온 연둣빛을 보니 살고 싶다 별안간 - 황지우 시선, 민음사 고속버스 타고 가는 길.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유리창에 빗방울들이 사선으로 아슬아슬 달라붙어 있다가 점점 미끄러지더니 가차 없이 몰락한다. 고 여리고 투명한 것들의 맹렬한 몸부림의 경연장에 내 얼굴은 희미한 배경으로 설정돼 있었다. 머리를 자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난줄 몰라봤다. 유리창 안쪽에 간당간당 매달린 나. 빗방울처럼 혼자인 나 또한 언젠가 형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