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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파르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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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연-친족성폭력 첫수기 작가 지옥 9년 기록 10년 작가 2년차, 난 평범해지고 있다 한겨레 박승화 딴사람, 참 좋은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입을 맞춘다. -김수영, ‘생활의 극복’ 중 휴일이면 종종 도심의 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영어 공부 삼매경에 빠진다. 잠시 고개를 들어보면 자신처럼 다들 혼자서 꾸역꾸역 뭔가를 하고 있다. 한 층이 거의 비슷한 표정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그 개별적이면서도 집단적인 풍경이 새삼 놀라워 중얼거린다. “나는 너희와 다 얘기해보고 싶다. 혼자서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니?” 그러는 당사자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서울 거주 30대 싱글 여성이다. 장마철 습한 공기를 머금은 바지통이 다리에 감기는 게 싫어서 반바지를 입었지만 책상물림 생활에 실해진 장딴지가 영 신경에 거슬린다. 젖은 머리 물..
김수경 - 아동성폭력 피해자의 엄마 [내 몸, 파르헤시아]딸은 엄마에 엄마는 딸에 공유된 기억 세 명의 엄마가 있다. 영화 의 엄마(김혜자)는 살인사건에 연루된 장애인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지적장애아에게 누명을 씌우고 마더에서 머더(murder·살인자)로 되어간다. 광기와 폭력의 왜곡된 모성은 말한다.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 영화 의 공주 엄마(성여진)는 전화번호까지 바꾸고 다른 남자와 산다. 거세된 모성의 리비도는 오직 자기 욕망과 생존으로 쏠리고 3년 만에 찾아온 딸에게 말한다. “엄마도 힘들어. 다신 찾아오지 마.” 영화 의 엄마(김미숙)는 자폐를 앓는 자식에게 ‘백만불짜리 다리’라며 주술을 건다. 희생하고 헌신하는 전능한 모성은 말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 죽은 다음날 죽는 것이다.” 자식의 고통 앞에 선 모성은..
손경이 - 엄마가 말하는 폭력, 아들과 바꾸는 세상 손경이는 전문 강사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성·학교·가정·직장 폭력 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2012년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손경이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다. 강의 도중 그 자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피해 경험을 터놓는다. 삶의 진실함에서 나온 묵직한 강의에 대부분 감동하지만 이런 반응은 피할 수 없다. “아, 자기가 당해서 성폭력 강사를 하는구나.” 어떤 이는 대놓고 구시렁거린다. “어쩐지 드세더라. 남자를 가만 안 둘 기세야.” 편견의 말은 대개 단순논리로 반복된다. 특히 성폭력에 관해서는 논리적 성찰을 허용하지 않는다. 삶의 여정에서 흘러들어온 모든 것의 퇴적층이 성정이다. 특수한 경험이 직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드물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의사 할까. 더군다나 그는 반대다. 성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