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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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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도약해 미래를 구원하라 삼주 전 즈음이다. 4차시 강의안 쓰던 날. ‘글감의 4가지’ 범주의 사례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내 인생의 핫이슈 서모군을 활용하기로 했다. 옛날 기사를 검색했다. 8집 앨범을 발표했을 때, 서태지 신보가 나왔다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화제형, 8집 장르는 네이쳐파운드이며 곡의 메시지와 녹음 기법 등 상세한 자료를 제공하면- 정보형, 서태지는 이번 앨범에도 역시 철저한 자기관리와 혹독한 맹연습 쉽게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으로 완성도 높은 음반을 선보였다고 쓰면- 감동형, 서태지가 컴백하면 평론가도 컴백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앨범도 평가가 엇갈린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하면- 논란형 기사이다. 아니, 어쩜 이리도 글감의 범주가 사례별로 똑 떨어지는지, 기사원문 붙여넣기를 해가며 풀어쓰는데 콧노래가 절..
기러기/ 메리올리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 메리 올리버 '기러기' 김연수장편소설 표제시 직감이라는 것.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소설가 '김연수'를 형성하는 세포 그렇더라. 중요한 것은 언어로 전달되지 않더라. 말의 소용이 닿지 않는 부분만이 내 것이더라. 살면서 말로 누군가를 설득해본 적도, 끌림을 당해본 적도 없다. 말은 장황해질수록 비루해진다. 설명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든다. 기표는 기의를 배반한다. 말하지 말지어다. 진실은, 진리는, 사랑은, 모든 위대한 것은 자체 발광한다. 죽비같은 깨우침을 선사한다. 터질듯한 설렘을 유발한다. 눈빛의 깊이, 침묵의 파장, 손의 떨림, 서로를 데우는 온기. 그런 비언어적 요소들이 온전한 소통을 이룬다. 그러니 영화 의 양미숙(공효진)의 컴퓨터에 붙어 있던 탐나는 글귀를 빌어 주장하고 싶다. '소통에 목을 매느니 차라리 목을 매겠다.' 헌데, 김연수는 소통에 목을 매고싶은지 모르겠다. 소통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묻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