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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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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무진기행_과제 리뷰 # 김승옥, 무진기행 무진으로 가야겠다. 책을 읽고 그곳으로 가고 싶어진 최초의 경험이 이예요. 반도의 땅 끝 어디쯤에서 일박이일쯤 헤매고 왔으면 ‘딱’ 좋았을 텐데요. 강력한 끌림. 어떤 힘이 등 떠미는 대로 충동적으로 미친 척 살아보길 갈망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제 모습은, 의 재현이자 복습이기도 합니다. 편지의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전보의 세계에서 호출당하면 당장 서울행 버스에 올라타는 남자처럼, 무기력합니다. 대부분 그러고 살아갑니다. 모든 훌륭한 문학이 그렇듯이 도 삶의 아이러니를 다룹니다. 아이러니의 뜻은 의도와 결과 사이의 어긋남이죠. 그 어긋남을 양산하는 시스템이 ‘도시’고요. 도회인의 삶이란 자기보존을 위해서는 자기포기의 법칙으로 살아야합니다. 의 여자도 다르지 않았지요. 거대한 연극처럼 변..
단어를 채집하자 나는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 버렸다. - 아름다운 문장 한 줄 읽는 것으로 시작하자. 빼어난 문장이다. 독창적인 글쓰기의 묘미가 한껏 드러난다. 사랑한다고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는 것이야 문학작품에서 늘 나오는 얘기다. 그런데 새롭다. 덤덤하면서도 절절하다. 나는 읽으면서 내가 그가 된 것처럼 어색해서 고개 숙이고 입술을 비틀었다 폈다 했다. 저 문장의 핵심단어는 ‘국어’같다. 흔해 빠진 말인데 사랑, 어색과 배치되니까 신선하다. 색다른 울림을 자아낸다. 더군다나 하나도 꾸미지 아니한 담백하고 솔직한 아이 같은 표현의 어른스러움이라니. 좋은 문장은 어려운 단어나 고급한 개념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평범한..
주어와 서술어는 연인이다 一文一思 (one sentense one idea) 글쓰기 말고 글 고치는 일을 했었다. 원고 리라이팅. 교정과는 조금 다르다. 읽히지 않는 글을 읽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오탈자 수정은 물론 단어 교체, 문장 삽입, 문단 위치 변경 등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가 이뤄진다. 사보 기획자의 부탁으로 시작했다. 사보에 넣을 임직원 원고를 고치는 일이었다. 대부분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인데 상태가 심각했다. 딱딱한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문장이 엉켜서 주어가 실종되기 일쑤였다. 앞에 한 말 뒤에 또 하고 중구난방에다가 결론도 모호했다. 견적이 안 나와서 울고 싶은 적도 많았다. 차라리 내가 새로 쓰고 말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할지 막막했다. 계속 하다 보니 나중에는 요령이 생겼다. 이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