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대의 문학을 말하다 - 사사키아타루와 손홍규

[사람사는세상]

지난 4월부터 와우책문화예술센터에서 일한다. 매년 10월 홍대 주차장길에서 북페스티벌을 진행하는 게 가장 주된 사업인 사회적기업이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올해로 10년. 나는 책과 관련한 축제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다. 4월 1일 입사하고 보름 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의 시간을 보냈고, 그 미어짐의 와중에 일을 해야했고, 그렇게 나온 기획이 '시대의 중심에서 문학을 말하다'라는 국제포럼이다. 우리 삶에서 재난 이전과 이후의 분할선을 어떻게 그어야할지 모르겠으나, 재난의 시대에 문학-읽고쓰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싶었다. 근래 인상 깊게 읽은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치열한 무력을>의 사사키 아타루를 지난한 과정 끝에 섭외했고, 국내 발제자는 <서울>을 쓴 손홍규 작가를 초청했다. 토론자로 고병권, 함돈균, 김소연과 함께 한다. 10월 4일 행사를 앞두고 지난 7월 하순에 사전 모임을가졌다. 그 때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서 국외 발제자인 사사키에게 메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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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사키 아타루씨.

 

 

한국은 20년 만의 마른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 되었습니다. 하늘도 눈물이 말라버린 것만 같습니다. 희미한 한숨 같은 더운 바람만 간간히 불어옵니다.

 

지난 7월 24일은 세월호참사 1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하루 전인 7월 23일 한국 포럼 참가자들이 홍대 근처 카페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유럽 여행 중인 김소연 시인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오는 10월 열리는 포럼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편안하고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 1.

저희는 먼저, 사사키 아타루씨의 <이 치열한 무력을>에 들어있는 2011년 후쿠오카 강연을 바탕으로 한 텍스트 내용과, 국내 발제자인 소설가 손홍규의 <서울> 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서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재난 이후, 끝나버린 세계의 주인인 소년을 화자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소설은 묻습니다. 종말 이후는 이전과 얼마나 다른 것인가. 종말 이전과 이후에 '우리'는, '타자'는 서로 무엇이 되는가. 이는, "지금이 3.11 이후라는 것이 엉터리다. 지금이 무슨 일이 일어나기 이전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일갈했재난을 바라보는 사사키 아타루씨의 문제 설정과도 겹치는 부분입니다. "문학은 무력하지만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사사키 아타루씨의 말에 손홍규 씨의 <서울>이 화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2.

손 작가는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지 몰랐다며, 유가족이 고립된 사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이 시대는 이미 '다른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며 "(다른 시대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본질에 대한 힌트를 얻고싶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고병권 철학자는 압도적 무력감을 느끼는 이 시기에, 정치, 경제가 붕괴되는 이 때에 만약 문학과 철학이 함께 무너진다면 문학과 철학의 힘의 원천이 권력에 있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며, 말문이 닫힌 시대일수록 말의 권리, 원천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함돈균 평론가는 2009년 용산참사 이후 글쓰기의 방식이 바뀌었다고 고백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음을, 시대를 관통하는 글쓰기의 행위에 대한 고민을 터놓았습니다. 평론은 소설처럼 물음만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진단을 요하기 때문이지요. 점점 대화는 무르익었습니다. 세월호라는 심연에 묻힌 숱한 삶의 재난들에 대해서 온갖 말들과 증언이 오갔습니다. 우리가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임의 징표를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칸트는 '나를 떠나서 너에게로 갈 수 있을 때'가 인간의 징표라고 했지요)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키워드가 강박적으로 사용되는 현상을 통해 드러난 망각에 대한 공포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 3.

10월에 열리는 저희 포럼은 3.11대지진이나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에 대한 어떤 진단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성격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 현재진행형의 사건에 대해서 “이럴 때 작가는 이렇게 해야 된다“라고 규정할 수 없는 문제이며 하나의 현상에 대해 도덕의 문제를 끌어들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재난이라는 것은 시험의 과정, 하나의 물음을 받는 과정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로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것, 어떤 ’결론‘이 나올 필요는 없으며 그렇다고 문제를 피해서도 안 된다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국내 참가자들은 이웃나라에서 찾아오는 사사키 아타루 씨를 우정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틀에 갇히지 않은 직관적인 형식의 강연을 환영합니다. 엄숙하고 무거운 자리가 아닌 '북페스티벌'의 포럼답게 진지하지만 경쾌한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우리의 말할 권리.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닌 어떤 이야기라도 말하고, 읽고 쓰는 권리의 촉발이 되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 4.

사사키 아타루 씨의 메모 형식의 발제문이 오는 대로 국내 참가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만약 늦어질 경우 미리 연락을 주시면 저희 업무처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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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정아 [2014.08.05 1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길담 서원의 서원지기 소년님의 흥분된 소개로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기도하는 그 손을>을 품에 안았었지요. 전부 내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읽는 것이 혁명이라는 화두만은 가슴에 콕 박혀있네요. 길담에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새삼 떠오릅니다.우리와 다른 상상력을 가진 진지하지만 발랄했던 모습이...
    10뤌의 축제가 기다려집니다. 일반인들의 참가도 가능한가요???
    참, 태풍이 오가는 무더위 속에 건강하지요?

    • 은-유 [2014.08.07 15: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론 일반인 대상 포럼이에요. 이번 축제에 좋은 프로그램 많으니 10월 1일부터 5일 시간 비워두세용 ㅋ 언니도 건강하시죠? 선선해지면 봬요^^

  2. 장정아 [2014.08.07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갱년기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지낼만 해요. 페스티벌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을께요.

  3. 맘썰렁 [2014.08.26 1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북페스티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사키아타루의 책을 미리 읽어두어야겠어요. 두주한글에 제안해보겠어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개와 샐러드 그리고 민주주의

[비포선셋책방]

수유너머R 심야합법강좌  '저자와 함께 읽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가 지난 6월 7일부터 4일 연속 열렸습니다. 첫날 강의 제목이 '개와 샐러드, 그리고 민주주의' 입니다. 저자 고병권은 "제목은 뭔가 있을 것 같았는데 몸이 안 풀려 죽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일각에서는 '단기유학파로서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며 '영어로 강의해도 좋다'고 권했건만, 극구 한국말을 고집했습니다.


민주주의 강의안에 갑지가 웬 개? 고대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말했죠. "나는 개다." 어떤 개인가 하면, "탐욕과 불의에 대해서는 사자처럼 사납지만 선물에 대해서는 사슴처럼 다정한 개"입니다. 또 왜 샐러드일까요. 샐러드에 얽힌 사연을 일부 공개하자면, 

# 플라톤이 길을 가다가 샐러드를 씻는 디오게네스를 보고 한 마디 던졌다. 네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조금만 더 공손했더라면 넌 네 샐러드를 손수 씻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답했다. “네가 네 샐러드를 직접 씻는다면 넌 디오니시오스의 노예가 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간단한 재치문답 같지만 여기에는 민주주의와 관련된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노들장애인 야학에서 공부하는 김호식이 묻습니다. "요즘에 디오게네스처럼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고병권이 답합니다. 디오게네스처럼 산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어렵고, 고대에도 어려웠다고요. "가장 좋은 게 왜 불편할까요? 제가 보기엔 호식씨도 어쩌면 디오게네스처럼 사는 겁니다. 중증장애인인데 시설이나 집에 있지 않고 길밖으로 나왔으니까요. 길은 민주주의가 일어나는 장소입니다.  

# 길 위에서 한다는 것. 모든 것을 공적으로 하는 것이 디오게네스의 습관이었다궁정이 음모와 전략의 장소라면 길이란 다툼(시위)과 사건의 장소다. 반값등록금 시위현장을 보라! '잘사는 것'에 대한 삶의 설계는 길에서 나오지 절대 대통령자문위원회 지하벙커나 정치전문기술자들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샐로드를 씻을 수 있기에 누군가의 노예가 될 필요가 없는" 박옥기, 그 역시 여자 디오게네스입니다. 주부에게 평일저녁 4일 연속강의는 '넘사벽' 입니다만, 일산에서 해방촌까지 달려왔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조용히 이뤄지는 삶의 실험들. 자기 삶을 가꾸기 위한 모험들. 이 자.발.성이 데모스의 힘입니다. 

# 언젠가 디오게네스는 '도망친 노예'를 추적하자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노예는 디오게네스 없이 살 수 있는데 디오게네스는 노예 없이 살 수 없다면 그건 어처구니 없는 일일 것이다.' 자율적인 능력. 이 힘은 양도와 복종을 통해 행사되는 주권과는 아주 다른 성격이다.  


# 프랑스혁명을 겪고난 후 칸트는 공적public이란 말이 갖는 해방적 성격을 환기해냈다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에서 칸트는 이성의 사적사용과 공적사용을 구분했다.  교황과 성직자의 예를 보자.  교황이 부당한 지시를 내릴 경우에, 성직자는 이성의 사적사용에서는 정해진 규율에 따라 복종하며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학자처럼 세계 대중을 향해 그 부당성을 말하는 것이다. 

출판-이성의 공적사용에 앞장서는 그린비 출판사!
수년만에 다시 일선으로 돌아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손수 편집한 유재건 대표님. 열혈수강생 1인으로 함께했습니다. 그린비 영상팀이 4일 연속 강의를 촬영했습니다.  

컴퓨터 관련 업종에 종사하다가 "정읍에서 소 키운다"고 자기소개를 한 오기수 씨. 고병권의 저서를 감명깊게 읽고서 이번 강의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직장인, 주부, 학생, 백수, 장애인, 영농인, 출판인. 뒤섞여서 민주주의를 고민합니다.



뒤섞임.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고병권은 디오게네스의 말을 빌어 '만물은 원래 뒤섞여 있다'고 말하며 이주노동자 관련 얘기를 들려줍니다.

무현 정부 초기, 이주노동자 단속이 극심할 때 원곡동 주민들이 불법체류자를 감춰주었다고 합니다. 이주민이 없으면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간 이웃으로서 오며가며 정이 든 게죠.  삶에 어떤 '혼합'이 일어난 것입니다. 법 이전에, 로고스 이전에, 삶에서 어떤 변형, 어떤 사건의 일어남. 이 경험은 더 이상 기존 제도와 정책을 불가능하게 하는 어떤 것입니다. 바로 이 뒤섞임이 일어나는 영역,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고 어떤 급진적인 변형이 일어나는 영역에서 고병권은 민주주의를 봅니다.    

#  이 삶을 변화시키고 가꾸는 능력, 이 힘으로서만 우리는 한 사회 민주주의 정도를 말할 수 있다.


고병권은 이어 말합니다. 포털 뉴스기사마다 포도처럼 매달린 "그러니까 투표 잘하자"는 댓글을 보면 화가난다고요. 좋은 목자 만나기를 기대하는 순간, 대중은 양떼로 전락합니다. 내 삶의 조건이 타자에 위탁돼 있는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정녕 민주주의 일까요. '투표 잘하자'는 구호 하나로 민주주의 의미와 실천을 축소시키지 말아달라는 저자의 당부. 그리고 외침.

"선거가 민주주의에 꽃이라는 말만 들으면 꽃대를 확 분질러 버리고 싶어요."

근대 민주주의 자체가 국민과 주권, 대표라는 세가지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대표의 문제에만 매달려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강의 마지막날인 6월 10일에는  '민주화 이후, 그리고 이후의 민주주의'를 읽었습니다. '최장집 실명비판' <한겨레> 기사(2011.5.17)로 화제가 됐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3장입니다. 그나저나 이 책에는 '플라톤 실명비판' 도 수두룩한데 제목이 꽤나 편파적이었죠.  

저자의 최장집 비판은 한마디로 '민주주의 발전론' 비판입니다. 즉 민주주의에 어떤 완성모델이 있고 올바른 정치가의 출현이나 제도의 성숙을 통해 여기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반론이 펼쳐집니다. 

독재 정권이 선거를 통해 교체된다고 민주주의가 달성되는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제도가 성숙해져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달성되는가? 아니다. 즉 내용과 형식의 일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대중이 20년만에 다시 촛불집회를 열고 길바닥으로 나온 것이 민주주의의 후퇴인가? 아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 민주화된 사회에서도 민주주의가 문제되는 것은 그 사회가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가진 후진사회이기 때문이 아니라민주주의 개념 자체가 어떤 완성 모델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현재의 체제가 실패한 곳, 무능을 드러낸 곳에서 새롭게 정의된다 


최장집은 ‘대의불충분’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고병권은 “대의불가능이 문제”라고 반박합니다. 이주민, 중증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네티즌, 중고등학생 등 현재 대의제 바깥으로 밀려나 있는 사람들의 문제로부터 알 수 있듯, 지금은 80년대와 달리 ‘참된 대표’를 찾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입니다. 투표 때마다 대중 낚기 게임이 되어버린 민주주의는, 엄밀히 말하면 데모크라시가 아니라 엘리토크라시죠.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이념이 아니라 힘입니다.
정치엘리트의 힘이 아니라 데모스의 힘. 
쥐그림을 그리고 반값등록금을 외치는 그 길위의 힘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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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구마구 [2011.06.16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햐~ 대단하신 분들^^;; 고병권씨는 스타신가봐요. 글마다 애정이 듬뿍듬뿍~ ㅋ.

    • 은-유 [2011.06.17 0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타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고, 강의 들어본 사람들은 좋아하고요. 저한테는 언제나 더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고마운 벗이자..애정하는 동료라죠^^ 위클리 기사로 취재한 거임.

  2. 삐삐 [2011.06.17 0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마침 국제 노동기구에서 가사노동협약이 통과되었네요. 도우미로 일하시는 분들에게 노동계약서와 기본 노동권, 산재보호등의 내용을 담을 법이 한국에서도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의료보험등의 문제까지 포함되어야 할텐데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못한더라도 노동조합 결성이 보장은 될 것같고 그들의 활동성공에 따라 권리 보장이 따라오겠지요. 전세계에 걸친 수많은 이주여성 도우미 노동자들의 엄청난 고통위에 결국 이뤄진 일이라
    더욱 뜻깊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물론 첫걸음이겠지만요.

    권해주신 위의 책은 한국의 친지에게 먼저 사보고 천천히 보내달라 했어요. 언젠가 책이 당도하면 읽어볼께요.
    저자는 젊고 행복해 보이시네요ㅎ 최장집 선생의 책에 대해서 한겨레에 비판 기사를 썼다고 하는데 아직 찾아읽어보진 못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사회의 학계와 미디아를 대할 때마다 아주 황당한 일이 몇가지가 있는데 최장집 교수를 미디아에서 진보진영 학자라고 편안하게 부르는 거죠. 한계레와 관계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독자를 오도해도 그런 오도가 없죠. 그래도 본인은 스스로를 온건 보수 정도로 퇴임강의에서 밝히신 것 같은데 계속해서 인맥때문인지 진보적 인사로 찍혀서 나오고 그렇게들 학계에서 취급하니까 사람들이 글을 읽을텐데 글을 못읽는 듯이 뻔한 거짓을 다수가 왜 함께 하고 있나 속상했거든요. 인맥에 걸리지 않은 독립적이고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건지도 모르지요. 제대로 최장집교수를 제자리 매김해줘야 하는 사람들요, 고병권씨가 그렇게 했다면 정직하고 제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말하는 저자가 나왔다는 것 아닌가 한데 그것만으로도 아주 기쁨니다. 특히 지난 몇년 간 그가 보여준 행보는 온건 보수도 아니고 극보수에 가까웠는데요.

    위에서 엘리토크라시란 말을 썼는데 그런 단어는 많이 쓰이진 않지만 비슷한 개념으로 메리토크라시란 단어를 쓰죠. 사회가 인맥과 지연등에 기반한 권력을 갖고 통치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 가진 우수한 능력에 따라 권력을 쥐고 통치한다는 개념이 메리토트라시를 의미하는데 미국에선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씌여져요. 그런데 제가 수업 했었을때 메리토크라시를 제대로 검토하도록 학생들을 몰아부쳤었거든요.ㅎㅎ 우생학과 관련해서 논의를 넓히기도 했었고요. 한국에서도 메리토크라시에 대한 문제를 넓게 받아들일때 그만큼 민주주의의 실험이 무르익어가는 것이 되겠지요. 저는 철학자들 일반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제대로된
    질문을 제기하고 그 질문에 신중하게 궁구해나가는 드문 철학자라면 왜 반기지 않겠나요. 공부하고프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이자 애정하는 벗을 갖고 계신 은유님이 부럽습니다. 은유씨의 인격에 따라오는 행복이겠지요.

    • 은-유 [2011.06.18 0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됐네요!! 이주여성 도우미노동자들 권리나 인권문제 심각하죠. 요즘 여성계에선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하더라고요. 기쁩니다. 하나씩 이뤄가야죠.

      최장집 비판도 그렇고 문학계도 그렇고. 소신있는 젊은학자들이 자유롭게 비판하고 제대로 문제제기하는 분위기가 돼야할 텐데요. 그는 아는 대로 말하고 말하는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학자이죠. 메리토크라시라고 하는군요. 전해줄게요.ㅋ

고병권 '렛츠 비마이너! 민주주의의 영원한 슬로건'

[사람사는세상]


혹독한 추위가 물러가고 독재자 무바라크도 퇴진한다. 봄이 오는 걸까. 언론마다 이집트 민중들이 환호하는 사진을 내걸고 민주주의 승리라고 표현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마음이 ‘거시기’ 하다. 민주주의. 그거, 내겐 꼭 단물 빠진 ‘사랑’처럼 사기 같아서다. 어설픈 민주화의 봄 겪고 나니 민주주의가 좋은 건지조차 헷갈린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히 안다. 양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 단지 오래된 감정이 참사랑은 아니듯이 다수결의 지배가 민주주의는 아닌 거다.

때마침 고병권이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2월 11일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창간 1주년 기념 특강.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열렸다. 휠체어로 가득 메워진 강연장, 그 자체로 북적북적 열기가 후끈하다. 대개 공공장소에 사람이 몰리면 휠체어가 한두 대 정도인데, 여기서는 반대다. 서 있는 내 몸이 낯설었다. ‘노들’의 장소성이 무딘 신체를 일깨운다. 각성모드로 변환했다. 휠체어와 소수성과 민주주의. 셋의 상관관계를 뚫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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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5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은-유 [2011.02.16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월요일밤 여자셋이 술을 마셨어요. 그중하나가 돌싱인데, 저는 평소에 그녀의 돌싱임을 의식하지 못하거든요. 이혼이나 결혼이 한 사람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이 될 수 없으니까요. 그냥 사건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무심코 하는 말들도 당사자는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런 불편함과 미묘함을 온전히 소수자가 수양을 쌓아서 대인배로 거듭나 극복해야하는 문제일까. 아닌 거 같아요. 사람사이를 가르고 단절하는 분할선이 우리 언어구조(이데올로기)속에 내재돼 있으니까요. 하나의 과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2. [2011.02.15 1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은-유 [2011.02.16 1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생한 강의, 언젠가 들을 기회를 마련해줄게^^
      그리고 시집 목록은 내가 한번 정리해서 올릴게~
      최근에 올린 '유하' 시인 시집도 좋아. 결혼은 미친짓이다 영화 만든 감독이기도 한데.. ^^

  3. 마구마구 [2011.02.16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쟁을 위한건 아닙니다만. '소수자'는 그 주체가 어디에 속해있는가에 따라서 '외부'에서 찍는 낙인이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잔아요. 요즘 소조(조영일??)와 김영하 논쟁에서 잠깐 나왔지만, 김영하작가는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서 등단하지 않은 소조를 문단의 주변인으로 여기는 듯했죠.(저는 그런 의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하지만 소조가 스스로 말했듯이 그는 사회적 약자 내지 소수자는 아니예요. 한국 사회가 적용하는 객관적 조건에 따르면 그렇다는거죠. 교수가 못된 시간강사는 학교사회에서 소수자이거나 주변인이지만 다른 공동체에 속해있다면 메이저라고 여기는 타인의 시선이 있을 수 있겠죠. 특히 소위 문화권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더욱 그렇지 않나요? 그냥 뭐. 별얘기 아닙니다. ^^;;

    • 은-유 [2011.02.16 2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수자'란 말이 누군가를 지정하는 효과를 내죠. 그래서 고병권도 '소수자'란 말보다 '소수성,소수적'이란 표현을 쓴다했어요. 사람들은 누가 소수자이고 어디까지가 소수자인지 말하려고 해요. 장애인등급제처럼 더 소수자이고 덜 소수자인지, 즉 정상인에 가깝고 먼지를 따지는 식의 말을 하는데, 누가 소수자이고 소수자가 아닌지 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소수성은 셀수없음, 근거없음을 드러내는 것, 그 자체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신의 관념들에서 장애를 규정하는 사회적 척도가 무척 많잖아요. 소수성(소수자)은 억압과 차별의 근거없음을 밝히는 것, 그런 사람 -행위겠죠.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고병권은 정리합니다.
      4월 쯤 그린비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책이 나와요..^^

  4. [2011.02.16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고병권 <생각한다는 것> 아들의 철학입문서

[비포선셋책방]


“일어나!” “늦겠다!” “빨리해!” 아침마다 아들에게 퍼붓는 말은 대략 이 세 마디로 압축된다 하겠다. 8시 30분까지 학교를 가야하는데 꼭 25분까지 팬티바람에 어슬렁거리면 애터져죽을 지경이다. “가만 보면 늦는 사람은 항상 습관적으로 늦어. 맨날 허둥대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고 자기 지배력도 약한 사람인 경우가 많거든. 그런데 네가 그렇게 될까봐 그래. 제발 시간 개념 좀 갖고 살아! (이놈아,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냐!)” 
 

이런 잔소리를 아침마다 들으려니 아들도 나 못지않게 죽을 맛일 거다. “안 늦으니까 걱정 마세요” 라며 입을 쑥 내밀더니 언제부턴가 전략을 바꾸었다. 내가 따발총처럼 퍼부으면 미국드라마에 나오는 노란머리 청소년처럼 영어로 말하면서 억압을 분출한다. 내가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쟤 뭐래?” 그러면 “아니에요~” 그러고는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현관문을 쏙 빠져나간다. 나는 굳게 닫힌 문에다 대고 진부한 대사를 궁시렁 거린다. "저 녀석이 기껏 공부 시켜놨더니 엄마 영어 못한다고 괄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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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별이 [2010.05.28 2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사봐야겠어요. ㅎㅎ yes24 앱에서 장바구니에 추가해둬야징

  2. 연초록 [2010.05.29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슨 사연인지 어려서는 그렇게도 엄마 책 읽어줘 하고 재촉하던 아들, 그리고 초등학교까지는 제법

    책을 읽던 아들이 아무리해도 글자를 멀리합니다.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는 것중의 하나인데 (아니 하나가

    아니라 가장 핵심적으로 저를 괴롭히는 문제중의 하나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자라지 않는 아들이라고

    할까요? 입시끝나면 어떻게든 기회를 마련해서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가 이 글을 보니 어라,나도 이런 시도를 해보나 싶네요.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시기같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아야 겠지만

    길담서원, 류가헌, 그리고 인문,숲에 관한 이야기를 나란히 썼지만 루니에는 류가헌에 관한 것만

    올려놓았습니다.

  3. 봉급생활자 [2010.05.29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병권씨라...^^;; 성함만 익숙한 분이시네요. 시간 개념 없으면 자기 지배력도 없을 거 같다는 지적에 몹시 찔립니다. 그런데 참.. 시간 정하면 왜그리 잠이 쏟아지고 도로에 차가 많고 길을 잃고 그러는지..ㅋㅋ

  4. 은-유 [2010.05.30 1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초록 선생님. 전 아들 키우면서 '소귀에 경읽기'가 무엇인지 체험하고 있어요. 답답할 때가 많은데 언젠가 아이의 귀가 트일 날이 있겠거니 하고 있어요ㅎㅎ 연초록선생님 아드님은 지금 입시준비로 맘에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요. 그리고 전 꼭 책 읽는 것만이 세상을 배우고 느끼는 길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봉급생활자님. 저도 늦을 때 있어요.ㅎㅎ 그런데 '습관적'으로 늦을까봐 아들한테 오버해서 얘기하는 거죠. ^^ (문맥을 좀 고쳐야할 듯..ㅎㅎ)

  5. 장정아 [2010.05.31 16: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집의 일상이 남의 집 일상이 아니구먼^ 몇개월 울집에 있던 동생이 아침마다 외치는 언니의 "용우아!은현아!" 땜시 웃겨죽겠다했는데..아슬아슬하지만 시간맞춰가거늘 나의 조바심이 아침을 전쟁으로 소용돌이치게함을 모르는바 아니나 잘 고쳐지지않으니,, 아이들에게 소귀에 경읽기가 아니라 내자신에게 경읽기인듯하여 반성하게 됩니다. 삶이 철학이니 일방적인 설교가 아니라 매순간 문제거리를 던져줘하는데...부모노릇 어렵소이다

  6. [2010.06.02 0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은-유 [2010.06.02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꽃수레오빠 ㅋㅋㅋ(꽤 괜찮은 호칭인걸^^)얘기 많이 쓰도록 해볼게^^ 택시까지 타고 투표하려 가려면 힘들겠지만 멋진 나들이되길~

  7. 유창수 [2010.10.19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들릅니다. 저도 지각하는 버릇이 있는 대학생입니다ㅋㅋ 고등학교 때 전혀 책을 읽지 않았었는데 하루키부터 시작하여 요즘엔 서양철학사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우연한 말도 안될만큼 사소한 것들로 바뀌는것 같습니다. 정말 책이랑은 거리가 멀고, 축구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게임하기 좋아했거든요. 어쨋든 이 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저와 코드가 많이 맞는듯하여 즐겨찾기도 해두었습니다. 앞으로 좋은글 많이 부탁드릴게요~ㅋㅋ

    • 은-유 [2010.10.19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부에 '맛'을 들이셨군요.ㅋ 축하해요. 책읽기-공부는 인생에서 가장 돈 안들고 영양가 높은 쾌락이라고 생각해요.ㅋㅋ 대학생이면 딱 좋을 시기네요..^^ 반갑고요..종종 뵈요~

마르크스에게 배우는 '혁명적 삶'

[스피노자맑스]

수유너머R에서 고병권의 자본론 세미나를 시작했다. 평소에 가졌던 맑스에 대한 존경과 고병권에 대한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맑스, 니체, 프로이트, 도스토예프스키는 나의 F4. 죽기 전에 사귀어보고 싶은 사상가 오빠들이다. 그리고 나는 고병권이 하는 얘기가 대체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의 언어가 처음부터 익숙했다. 그렇다면 맑스는 어려워도 고병권이 안내하는 맑스는 잘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맑스와 접속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첫 시간에 맑스에 대해 배웠다. 고병권은 <마르크스평전>(푸른숲)을 읽고 ‘혁명적 삶의 어떤 유형’으로서 칼 맑스의 여러 가지 버전의 초상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자본론과 맑스의 관계는 무엇일까. 작가와 작품의 관계는 평소에도 정리해보고 싶던 문제다. 대개 사람들은 저자의 삶이 작품과 일치하기를 바란다. 아내를 잃고 <접시꽃 당신>을 쓴 도종환 시인인이 평생 수절하며 혼자 살기를 바라는 환타지를 갖는 것처럼.  맑스의 경우라면, 자본론의 사상을 토대로 맑스의 삶을 상상하고 요청할 것이다. 그래서 맑스가 욕을 먹었단다. 귀족계급에 대한 선망으로 남작 딸과 결혼했다든가, 고급주택가에 살고, 딸들을 고급 사립학교에 보내는 등 사치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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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정아 [2009.11.16 1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미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다"라는 소크라테스이 말이 생각나네여. 갈수록 깊고 넓어지는 은유의 공부가 더욱 단단해지길 바랍니다.

  2. comm知樂 [2009.11.19 1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랑 은-유님이랑 삶의 '참고문헌'이 참 많이도 겹쳤어요^^
    맑스,프로이트,니체..그리고 서태지^^


    올려주시는 글들 늘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요^^

앎은 삶을 구원할 수 있는가

[사람사는세상]

가을이 여성들의 계절이라 그런가. 연달아 여성들의 잔치가 열렸다. 목요일(17일)에는 여성연합 후원의 밤. 다음날에는 여성공동체 ‘윙W-ing’ 축제. 두 조직의 주축 세력도 열성 당원도 아닌데, 그러니까 굳이 꼭 가야만 하는 자리도 아니었는데 나는 거기에 있었다. 실뿌리로 엉킨 인연의 타래와 운명적 끌림 때문에 종종 그런 곳에 흘러들어간다. 

봉은사의 밤과 신길동의 밤.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강남의 천년 고찰 미륵불 앞마당에서 열린 지식인 여성운동가들의 밤. 여성연합 후원의 밤에는 학계, 노동계, 문화계, 정계 등등으로 테이블이 배치될 만큼 유명인들이 다 모였다. 정갈한 유기농 뷔페 음식을 나누며 긴 시간 할애해 자리를 빛낸 이름을 소개하고, 요즘 상황이 힘들지만 그럴수록 더 사서 고생하자. 추운 겨울을 견디면 더 평등한 세상 따뜻한 봄날이 온다는 다짐으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초가을 싸한 밤공기와 크나큰 미륵불과 여인의 고운 치맛자락의 나풀거림이 만해의 시처럼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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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동 [2009.09.22 1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정한 앎이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노자 도덕경에서는 爲學日益 爲道日損 이란 말이 나오는데... 허튼 말, 거짓된 말, 불필요한 말, 세상에 해가 되는 말과 글의 홍수 속에서 살며, 그 홍수에 일조를 하는 자신에 대해 부그러울 때가 참 많거든요...대개는 제 자신 부끄러운 줄도 모르며 살기도 하지만요.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들은 참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저만치 놓쳐 흘려보낸 느낌도 들고요.

    • 은-유 [2009.09.23 0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는 만큼 사는 거 아니라 사는 만큼 아는게 맞는 거 같아요..그래서 우린 어렵고 칠칠맞게 저만치 흘려보내고 그러나봐요. 쉬우면 안 그럴 텐데..모두 다 잘할 텐데요.. ^^;

  2. 장정아 [2009.09.23 2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민하더니 결국은 갔군요. 인연의 실타래를 끊지 못하고...끌림이 강한곳은 끌려가게 마련인데 괜히 갈등하며 시간을 축내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지여. 다르게 해석해야 가질 수 있는 다른 세계^ 만물은 만물에게 가르친다. 단순하지만 딱 떨어지는 정의를 할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 겠지요. 나와 먼 인문학이 아닌 나와 함께 있는 인문학공부가 삶을 창조하는 앎이겠지요. 예전에 본 고추장의 선한 얼굴이 떠오르네여.

  3. comm知樂 [2009.09.29 07: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애를 왜 극복해야만 하나요. 장애인인 채로 행복하면 안 됩니까.”
    이 말 마음에 진하게 물드네요...

어느 무명작가의 책상

[차오르는말들]

얼마 전에 ‘휠체어 여행생활자’를 만났다. 서른 즈음에 급작스런 유전질환의 발병으로 근육에 힘이 없어져 걷지 못하게 된 중도 장애여성이었다. 수동휠체어를 돌릴 힘이 없어 전동휠체어를 탄다. 그런데 그 휠체어를 몰고 정선5일장부터 제주도, 인도, 미국, 일본, 호주까지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면서 사는 여행생활자였다.  

이야기를 하면서 재밌는 사실을 알았다.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대학 때도 배낭여행을 많이 다니다가 회사에 들어가니 여행을 할 수 없더란다. 직장인들의 그 고정 레퍼토리 ‘회사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하면서 살아갈까’를 그 역시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불편해져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 비로소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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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동 [2009.08.26 0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은-유님의 삶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의 물결에서 깨달음을 재촉하는 큰파도 되어 제 마음을 일깨우고 있네요. 저는 셋이라 요즘 기준으로는 많기는 하지만, 아이들 보고 살림하게 된 뒤로 자기 일을 못한다고 합리화시키고 있었는데 은-유님의 글을 읽으며 준엄한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은-유 [2009.08.26 2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저도 많이 허덕이고 합리화하면서 살아요..;; 내 몸에 맞는 방향과 속도를 찾아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좋은 울림으로 받아들여주셔서 고마워요.. ^^

고병권 인문학자 - 니체적인, 너무나 니체적인

[행복한인터뷰]

이른 아침, ‘연구공간 수유+너머’ 카페는 텅 비어 있다. 음악도 없고 사람도 없는 그곳은 얼핏 영화 <바그다드카페>의 첫 장면처럼 스산했다. 커다란 창문만이 초여름 흐린 공기와 서울풍경을 덤덤히 담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왔다. 주인 없는 카페. 그래서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카페에서 그는 서툰 솜씨로 커피를 갈고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커피를 잘 내리는 사람이 해준 맛있는 커피를 먹고는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직접 해 먹기도 합니다. 뭐든지 그런 거 같아요. 잘 하는 사람을 통해 진짜 맛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잖아요.”

어쩌면 그는 커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서 ‘커피’ 대신 ‘니체’를 넣으면 고스란히 고병권이 설명된다. 니체라는 쓰디 쓴 원액을 특유의 손맛으로 우려내 ‘니체의 참맛’을 선보인 장본인이 바로 그다. 고병권은 <니체, 천개의 눈 천 개의 길><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쓴 최고의 ‘유쾌한’ 니체주의자다. 저작 및 강연활동을 통해 철학책 속 니체를 ‘커피처럼’ 일상으로 불러왔고, 까칠한 니체를 ‘커피처럼’ 향기롭게 뽑아 숱한 나른한 영혼들을 일깨웠다. 그는 손수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곧 생애 첫 기억부터 내밀한 시간의 자락을 들추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 영화 <바그다드카페>의 마술처럼, 카페에 웃음이 솟고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시골아이 고병권
“어린아이는 신성한 긍정, 순진무구한 망각, 새로운 시작, 하나의 놀이, 스스로 굴러가는 수레바퀴다.” 

그는 열 살 이전까지 흙길을 밟으며 자랐다. 처음으로 아스팔트를 본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까맣고 평평한 땅, 신작로가 신기해 눈을 떼지 못하던 깡촌 아이였다. 때문에 “MT를 가면 살아난다”. 나무 해오고 장작불 떼고 풀피리 불고 등등 자연을 무대로 활보하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많다. 3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키가 작아서 앞에서 세 번째였지만 5학년 때 광주로 전학가기 전까지 내내 반장을 도맡아 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의 전권을 쥘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숙제도 안 해오고 능청스럽게 자기공책에 ‘참 잘했어요’를 쾅 찍었다. “거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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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appy [2008.12.01 1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장님 만나서 이야기듣고 있는 것 처럼 느껴져요.... 시도때도 없이 눈 퀭해지면서 눈물 나려고 해서 큰일이예요. 이글..... 남들이 읽어도 눈물 나는 글인가? ㅡㅡ;; 하지만 기분 좋은 눈물.... 고마워요~!! ^^*

  2. 쿨한인생 [2008.12.04 1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의 끝문장을 읽으면서 지금 이순간 가장 행복한 사람은 "고추장"이라는 생각이 드네여!!
    어느 누가 한 사람의 살아온 길을 이리도 맑은 유리알처럼 정리해 줄 수 있을까요. 그것도 개인소장용 원고로..
    고병권님!! 넘 부럽습니다.

고병권 인문학자 - '불안사전' 우리시대 불안을 읽는다

[행복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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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수유+너머 대표 고병권씨. ⓒ이강훈





















햇살이 벅차게도 좋던 어느 늦가을 오후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기사님이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교통카드 체크음과 엇박으로 귀에 감겼다. 육자배기 같은 걸쭉한 웃음소리와 시시콜콜한 속사포 멘트가 주거니 받거니 중계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때론 활명수처럼 나른함을 씻겨주기도 한다. 헌데 그 날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남녀진행자의 말투가 자못 비장했다.


"네…, <불안사전>이라는 다소 까칠한 사전이 나왔네요, '88만원'은 비정규직 한 달 월급이면서 휴대폰 1대 가격이고, '정규직'은 잠재적 비정규직이라고 정의했네요. 참 씁쓸하죠? 우리의 불안한 현실을 담아낸 것 같습니다."

장안의 화제가 된 <불안사전>의 발원지는 '시민지식 네트워크를 위한 독서프로젝트(이하 독서프로젝트)'다. 그 행사의 참가자와 네티즌이 만들어낸 가상의 사전으로 불안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냉소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독서프로젝트는 <우리의 불안정한 삶, 비정규직을 읽는다>는 기치 아래 지난 10월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주축으로 출판사·연구모임·북클럽·도서관 등 40여개 단체가 함께 한 일종의 독서토론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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