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눈길' 소개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지하철 환승역에서 스칠 수 있는 수수한 이웃이 대부분이고, 더러 이름이 알려진 이들도 있습니다. 대체로 닮은 듯싶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비록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좋아하는 일에 즐거이 헌신하거나,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등골이 휘거나, 꼭 남들 따라 살아야 하느냐며 고독을 즐기는 척하거나 합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삶으로 세상을 열어 밝히는 처럼 환한 얼굴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인생의 달인’이나 ‘희망의 증거’라는 닭살 돋는 코드로 엮으면 미안한 일일 것입니다. 삶에 어떤 과도한 목적성이 있는 이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존감을 무기로 음미하며 살아간다고 할까요. 외려 그들은 제 안의 결여를 잘 알기에 남들과 더불어 살고자 애쓰는 ‘자연’스러운 이들입니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엔 산삼 한 뿌리 먹은 것처럼 힘이 났습니다. 뭐 그리 대단하고 심오한 이야기가 오간 것도 아닌데, 삶은 살아볼만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원리상 삶은 살수록 길이 들고 쉬워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궁상 떨던 많은 날들이 부끄러웠습니다. 하루 세끼 먹고 사는 일의 위대함에 취해 저 혼자 나지막이 만세-삼창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민중이라는 말이 괜히 좋습니다. 민중이 딱히 어느 부류를 규정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촌스럽고 우직한 그것에 21을 붙였더니 조금 날렵해지는 듯합니다. 우리시대 다양한 삶과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21세기 민중자서전 이 되면 좋겠습니다.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은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고 니체는 말했습니다. 각자성으로 존재하는 고유한 삶을, 길들여지지 않는 시선으로 담고자  천개의 눈 천개의 길입니다. 이는 저를 니체에게 데려다준 고마운 친구 고병권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천개의 눈 천개의 길'을 줄여서 -  삶에 던지는 오지랖 넓은 눈길이자, 좋은 이들과 함께 걷고픈 하얀 눈 소복한 눈길입니다. 사보기자로 일하면서 기업체와 공공단체 간행물에 쓴 글과, 개인적인 삶과 사유의 실험을 이어갑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세상에 제출한다는 것은 운동이다.
내 글이 자본의 신과 싸우는 일에,
사람들의 위엄과 존경을 되찾는 일에 개입하는 한 운동이길 바란다.' 

beforesunset@paran.com
BY 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