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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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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퇴근 - 안영춘 월간 <나들>편집장 월간 편집장 안영춘 일일 2시간 운동·숙취 해소·명상 소년은 자전거로 중학교를 통학했다. ‘자전거하고 나하고’ 40분 거리를 초고속으로 달리며 쾌감을 맛보았다. 아버지랑 고물상에서 부품 사다가 조립하고 고쳐가면서 자전거를 탔다. 고등학교 때 스쿨버스를 타게 되어 페달을 밟지 못했다. 그리고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전거를 오매불망 그리워하면서도 선뜻 돈을 쓰지 못하는 ‘가난한 기자’를 연민한 한 친구가 자전거를 선물했고, 그 때부터 자출을 시작했다. 자출 3년차. 경기도 화정에서 공덕동로타리 지나 만리동 고개의 사옥까지, 자전거로 약숫물 같은 아침 공기를 가른다. 편도 25km난코스다. “번잡한 길은 차라리 안전해요. 갓길을 달리면 되죠. 가장 놀랄 때는 자전거가 가는데 맞은편에서 확 좌회전 하는 경우..
자전거출퇴근 - 송인혁 MBC촬영감독 자출, 그 즐거운 불편에 대하여 송인혁(촬영감독), 위진복(건축가), 주권(전문의), 안영춘(기자). 이들은 일터와 집을 자전거로 오가는 시티라이더다. 혼잡한 교통, 과중한 업무, 고단한 육신, 궂은 날씨에도 자전거 출퇴근은 계속 된다.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음주량이 감소하고 뱃살이 들어가는 온갖 효과는 덤. 안장 위의 명상으로 생의 균형을 잡아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서양에서 자전거를 가져와 고종황제에게 처음 소개한 사람인 올리버 에비슨 Oliver R.Avison 박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브란스 의과대학 설립자이자 선교사인 그는 1893년 조선을 방문했다. 궁궐로 출퇴근할 때 가마나 인력거도 탔지만 자신이 가져온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전한다...
한금선 사진가 - "사진은 자기만의 도자기 굽는 것” 한진중공업 사태를 기록한 사진집 가 지난 8월 출간됐다. 사진집으로는 드물게 2쇄를 찍은 이 책은 한국의 내로라하는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이 참여했고 그 중심에 ‘한금선’이 있다. 그가 선후배와 동료 사진가 23명을 집으로 불러서 같이 사진을 보고 고르고 배치하고 찍어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열흘. 사진가들에게 전권을 부여받고 일사천리로 만들었다. 신뢰와 열정과 내공 돋는 그이기에, 자칭 “성격 지랄 맞은 애”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책을 100권이나 팔았다”며 눈을 다 감고 웃는 이 사람. 사진가-디렉터-판매왕에 빛나는 이 사람을 보라! 한금선은 난로다. 뜨겁다. 몸에서 주전자물 펄펄 끓는 소리가 난다. 다가가면 데일 것 같지만 30분만 지나면 뜨뜻해서 떠나기가 싫다. 그렇게 그가 찾아갔으나 그의 곁을..
도괭이 대장잡년 - "잡년행진 성공했고 잡년들은 성장했다" 아찔한 가슴 라인, 숨 막히는 뒤태, 아슬아슬 초미니…인터넷 포털 뉴스에 1년 365일 떠 있는 기사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써도 좋을 법한, 집단 난장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7월 16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원표공원에서 열린 슬럿워크(Slut walk), 일명 ‘잡년행진’이다. 당일 오후 4시가 되자 벗은 여자들이 하나둘 등장했고, 그 순간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카메라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군사작전을 수행하듯 일사불란하게 무대를 포위한 카메라산성. 무대 위의 한 여성이 나섰다. “여기는 잡년행진입니다. 기자들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잡년들이 나올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세요.” 그리고 외친다. “잡년들아~ 나와라아~” 스피커 타고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장잡년” ‘도괭이’다. ..
노문희 청소노동자 " 내 나이 환갑에 드라마 한편 찍었죠" 홍익대학교 인문사회관 B동 3층, 복도 끝에 창고방이 있다. 책상 하나에 꽉 차는 네모난 공간이다. 먼지 낀 창틀사이로 뒷동산 나무가 짙푸른 가지를 드리운다. 청소노동자 노문희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짬이 나면 이곳을 찾는다. 2003년부터 사용한 ‘나만의 방’이다. 책상 위에 로션, 성경책, 노트, 필기도구 등 살림이 가지런하다. 바로 옆이 화장실. “쏴아~” 변기에 물 내리는 소리가 이어폰을 낀 듯 생생히 들리는 이 자리에서, 그는 다리를 쉬고 마음을 닦는다.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리거나 꾸벅꾸벅 졸거나 색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장을 편다. 예쁜 소녀가 그려진 스프링 노트. 어느 학생이 버린 걸 주워서 만든 일기장이다. 홍익대에서 일하면서부터 쓴 일기가 2011년 ..
박준상 블랑쇼연구자 - 철학은 ‘자기시대’ 아파하고 발언하는 것 2011년 4월 7일. 그날은 일본발 방사능비가 전국에 내린다는 일기예보로 도심마저 한산했다. 홍대 역 부근 ‘다중지성의 정원’에서는 두 번째 강좌가 열렸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우산을 접으며 들어왔다. 일일 수강신청을 마친 나는 그들 틈에 끼어 앉았다. 일종의 잠입취재다. 궁금했다. ‘프랑스 지성계의 얼굴 없는 사제’로 불리는 모리스 블랑쇼. 그의 자장에 끌려 모여든 이들은 어떤 표정일까, 침묵의 사유를 펼치는 블랑쇼에 대해 박준상은 어떤 언어로 풀어낼까. 4월의 검은 목요일. 비와 블랑쇼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런 공간, 이런 날씨는 나에게 주어집니다. 그것이 나에게 침투하죠. 공간의 문제는 정서적인 상태에 영향을 줍니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기분이 검은, 짙은 회색으로 채색됩니다. 공간은 대상..
김호식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 루쉰에 빠지다 서울메트로 4호선 수유역. 당고개행 열차 종착역 부근이다. 마을버스로 네다섯 정거장 더 들어간다. 횡단보도 앞에 꽃집이 반갑다. 노란 프리지어를 한 묶음 들고서 골목 안쪽 뻥튀기 가게를 기웃거린다. 온갖 종류의 옛날 과자와 추억의 난로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주인을 부르자 아저씨가 어디선가 한달음에 달려온다. 아직은 CCTV가 아닌 불 꺼진 난로가 빈 가게를 지키는 동네, 한적한 주택가 지하 셋방에서 김호식은 ‘루쉰’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식은 뇌병변1급 장애인이다. 학습활동보조인 노규호의 도움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책을 읽는다. 커다란 모니터에 스캔한 책 파일을 띄워놓고 한 줄 한 줄 따라가며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날은 루쉰 산문집 제3장 ‘유화진 군을 기념하며’를 읽을 차례..
박혜숙 교사 - 학교 밖으로 행군하라 남산골, 개나리꽃보다 먼저 그가 왔다. 사뿐사뿐 비둘기걸음으로. 커다란 배낭 매고 주렁주렁 선물꾸러미 들고 수유너머를 찾았다. 첫 방문이 아니다. 슬며시 혹은 우르르 여러 차례 들렀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울산에서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공식용어로는 풍경지기 박혜숙. 올해로 15년차 교사, 독서모임 을 8년째 이끈다. 풍경이 낳은 아이들이 400여 명. 아이들과 매달 책을 읽고 토론한다. 방학이면 떠난다. 저자와의 만남은 덤이다. 조국, 홍세화 강연장을 찾아가고 우석훈, 고미숙을 초청해 생얼을 대면한다. 책장에서 날아간 앎의 씨앗이 풍요로운 인연의 꽃밭을 피워냈고 울산에서 시작된 풍경소리가 맑고 향기롭게 울려 퍼졌으니, 이름대로 뜻을 이뤘다. 드물고 귀한 실천. 지난 수년간의 풍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