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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삶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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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스장애인무용단 - "우리아이가 밝아졌어요" “얘들아, 우리가 알에서 깨어나는 새가 되는 거야.” 마루를 뒤덮는 살굿빛 커다란 천속에는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이 몸을 웅크린 채 모여 있다. 깊은 정적 속에 잔잔한 선율이 깔리는가 싶더니 아이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설핏 밖으로 새어나온다. 이불 뒤집어쓰고 잡기놀이라도 하는 양 마냥 좋은 이 아이들은, 오는 6월 6일 국제현대무용제 초청공연을 준비하는 필로스장애인무용단원들이다. 몸동작 따라하고 소통 가능한 장애아동 선발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은 2005년 11월 대림대학의 ‘장애아동 무용체육교실’에서 출발했다. ‘누구라도 무용을 통해 감정과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임인선 교수(사회체육학과)의 소신에 따라 장애아동을 위한 무용체육교실이 열린 것.처음엔 대림대학 소재지인 안양 거주 장애아동 27명으..
[성미산마을극장] 15년 도심공동체 '즐거운 대형사고'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도심의 기적으로 불리는 마을공동체 성미산마을은 이의 좋은 사례다. 15년 전부터 손 맞잡고 공동육아로 아이를 키우고, 먹을 것을 나누고, 승용차를 나눠 타더니 이번엔 “모여서 놀아보자”고 의기투합해 판을 짰다. 소통과 창조의 공간, 바로 성미산 마을극장이다. 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스산한 3월 일요일 오후, 성산동 주택가 골목에 열 살 남짓한 남자아이들 대여섯이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다. ‘같이 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담벼락에 붙은 노란 포스터의 글귀가 흡사 녀석들의 목소리인양 들려온다. 성미산마을극장 개관기념페스티벌을 알리는 포스터다. 마을극장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혹시나 싶어 아이들에게 위치를 물었더니, 역시..
[문래동예술촌] 1층은 철공소 2층은 미술작업실 1층은 철공소 2층은 미술작업실이다. 낮에는 철공소의 에너지가 넘치고 밤에는 창작의 열기가 뜨겁다. 쇳소리와 북소리가 어우러지고 허름한 식당 간판은 그대로 ‘작품’이다. 공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이곳은 ‘문래예술공단’. 회화․ 춤․ 사진 등 64개 작업실에 150여 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 전시회도, 거리공연도 열린다. 예술창작촌이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얼핏 봐서는 모른다. 70년대 오래된 공업지역일 뿐이다. 낡고 횡한 건물 안에는 전봇대만한 철근들이 누워있다. 드르륵 드르륵 둔중한 기계음과 불꽃같은 파열음이 교차한다. 좁은 도로를 다 차지하고 지나가는 커다란 트럭들, 군청색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만이 부지런히 오간다. 거기에 겨울철 오후 4시의 잿빛 공기가 덧입혀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생태보전시민모임] 작은 산, 습지..도시생태계 지킴이 겨울철, 멀리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늙은 철학자의 얼굴을 닮았다. 이파리 다 털어내어 뾰족하게 드러난 바위능선에선 날선 정신성이 배어난다. 도심 안쪽서부터 그 엄엄한 기운의 파장을 헤치고 북한산성 입구에 이르렀다. 잿빛도시의 흐름이 끊기고 바로 흙길이다. 울퉁불퉁 길 따라 아담한 주택 서너 채 늘어섰고, 그 마지막 집에는 ‘생태보전시민모임’이란 표시가 나뭇잎처럼 무심히 달려있다. 시민단체 간판의 무거움 대신 찻집문패의 낭만으로 운치를 더한 그곳은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세상’을 표방하는 생태보전시민모임이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은 1998년 자연생태 보전운동을 전문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해 창립한 시민단체입니다. 활동내용은 습지, 웅덩이, 강, 나무 등 주변의 자연환경 기초조사와 모니터링 ..
[사회적기업 노리단] 사람, 자연, 공간 살리는 ‘폐기물 오케스트라' ‘상상하면 악기가 된다. 두드리면 열린다.’ 버려진 물건으로 악기를 만들어 공연하는 생태주의 퍼포먼스그룹 노리단의 주문이다. 그들이 떴다 하면 활짝 열린다. 쌓였던 울화가 풀리고 막혔던 소통이 뚫린다. 공연, 워크샵, 공공장소 리모델링 등 지속가능한 즐거움을 디자인하는 사회적기업 '노리단' 일터가 놀이터인 부러운 사람들의 흥겨운 소리를 따라갔다. 금속으로 된 은방울꽃 모양의 의자에 앉을 때마다 의자 안에 설치된 종이 도레미파솔라시도 울리는 ‘종의자’ 농구대 안에 자동차 바퀴휠이 달려 있어 골대에 공이 들어갈 때마다 ‘띵~’ 소리를 내는 ‘감돌농구대’ 오래된 나무를 깎아서 만든 실로폰형태의 악기로 앉아서 쉴 수 있는 ‘고몽 벤치’ 요것조것 신기한 것들이 모여 소리숲을 이룬다. 아이들은 노리단원들이 만들어준..
[아산병원학교] 아파도 배울 수 있어요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오뉴월 훈풍처럼 따스하기만 하던 바람도 달력을 훔쳐보기라도 한 양 단단한 냉기를 두르고 거리를 배회한다. 그러나 아산병원 61병동 병원학교 앞, 배움의 열기로 후끈한 이곳에 찬바람은 언감생심이다. 4명의 아이들과 선생님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채 영어 수업이 한창이다. 카디건을 두른 재은이 엄마가 창문 틈으로 교실 안을 연신 기웃거린다. 그 모습은 흡사 아이가 잊고 간 도시락을 챙겨주러 등굣길을 잰걸음으로 밟아온 살가운 모성을 연상시킨다. 밖은 차고 안은 더워 뽀얗게 흰 테가 둘러진 시골학교 창가의 풍경마냥 정겹다. 어디선가 풍금소리라도 울리는 듯싶다. “애가 수업 잘 받나 싶어서요. 얼마나 기다리고 좋아하는지 몰라요. 병원학교 개교한 첫날부터 빠지지 않고 수업 받고 있어요. 학교..
[참여성노동복지터 수다공방] 창신동 언니들, 미싱에 날개달고 훨훨 3년 전 일이다. 동대문을 아시아의 패션 메카로 만든 ‘70년대 봉제공 언니들’이 뭉쳤다. 첨단 패션경향과 기술을 가르치는 ‘수다공방’에서 실력을 연마한 그들은 직접 만든 옷을 입고 패션쇼를 여는 등 신바람 나는 일을 해마다 벌려왔다. 또 여기서 축적된 기술과 인력과 열정을 담아내기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 ‘참 신나는 옷’을 창립, 새 브랜드 런칭을 준비 중이다. 웃음과 희망의 양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멋진 언니들’이 모인 곳, 수다공방을 찾았다. 참 신나는 배움, 참 신나는 옷, 참 신나는 사람들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1번 출구. ‘창신2동 주민자치센터’ 안내판을 따라 방향을 틀면 조금 넓은 골목길이 나온다. 글자 한 두 개쯤은 떨어진 낡은 간판에는 치킨, 지물포, 푸줏간, 의상실 등이 ..
[여명학교] 통일시대 비추는 '탈북청소년의 배움터' ‘여’명에서 공부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명’심해서 들으니, ‘학’교에 오기가 편해진다. 선생님들의, ‘교’육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 여명학교 학생들의 문집 에 실린 어느 학생의 사행시다. 짧은 표현 속에서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마음을 받아낸 이 글귀가 말해주듯, 여명학교는 돈독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배움터다. 새터민을 위한 중등과정 도시형 대안학교로 지난 2004년 9월 개교했다. “통계에 의하면 새터민의 50%가 취학을 포기하고, 고등과정은 90%가 이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학력사회인 남한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회가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여명학교는 이처럼 취학을 포기하거나 기존 학교를 이탈한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학교입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