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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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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론- 자연권 스피노자에게 끌리는 점. 위계가 없다.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동일선상에 놓는다.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벗어났다. (홉스를 잘 모르는 관계로 고병권의 글을 참조했다. 스피노자와 홉스가 확연하게 갈리는 지점이 자연에 대한 태도라는 설명이다.) ‘스피노자에게 자연이 도달해야할 본연의 모습이라면 홉스는 자연을 극복해야할 나약한 상태로 본다. 홉스는 개인은 사회를 구성하는 원자처럼 취급함으로써 인간 본성에 대한 일반적 가정을 내놓는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에서 만인들은 비슷한 본성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반면에 스피노자는 개인을 환원불가능한 단위로 설정할 수 없다고 봤다. 개체는 항상 무수히 많은 부분들로 이뤄진 조성체다. 고정된 원자는 없다. 스피노자에게는 항상 이것이나 저것이 문제되지..
정치론: 서론 - 인간본성에서 출발하는 정치적 기획 왜 읽는가. 스피노자의 이 내게 왔다. 아니 내가 찾아갔다. 를 읽고 나니 스피노자에게 욕심이 생겼다. ‘이 오빠, 뭐 있다’는 촉이 왔다. 체내 당분이 부족할 때 케이크만 봐도 군침이 돌듯이 그는 내 사유에 필요한 영양소를 담뿍 함유하고 있는 철학자였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나만 아니라 자식, 친구 그리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고귀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책장을 넘길수록 방법이 아주 없지 않다는 희망이 보인다. 다 같이 잘사는 법이란 결국 정치문제로 귀착된다. 현실의 정당정치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정치. 삶을 다스리는 측면에서 볼 때 은 맞춤한 책이다. 왜 스피노자인가. 스피노자는 1600년대에 살았던 사람이다. 당시 서구는 오랫동안 지켜오던 것들이 흔들리며 새..
엄마의 윤리학3 - 공통개념 형성에서 자유인으로 4. 공통개념 만들기 정서에 휩싸인 혼란된 관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스피노자는 ‘공통개념’ 형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물에 대한 공포를 벗는 길은 나와 물의 공통리듬을 인식하는 것이다. 수영을 할 줄 아는 것은 물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외적 일치가 아니라 내적 일치. “신체들의 운동과 정지 또는 신체들 간의 결합과 해체의 관계를 그 내부로부터 찾아내는 일” 이것이 수영에 대한 적합한 관념을 갖는 것이고 수영을 할 줄 알면 물 안에서 자유로워진다. 공통개념은 사물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개념이다. 우리가 상상의 바다에서 벗어나 분명하고 뚜렷한 관념, 적합한 관념에 이를 수 있는 길은 공통적인 것을 인식하는 것이고, 인식하는 것은 생산하는 것이다. “공통개념은 기쁨의 변용, 능력의 증대”..
엄마의 윤리학2 - 양태로서의 자식 2. 양태로서의 자식 스피노자에 따르면 자식은 나의 분신이 아니라 신을 분유한 존재다. 여기서 신이란 세상을 임의로 만들고 심판하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필연적으로 양태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실체”로서의 신이다. 스피노자의 신개념은 수염 휘날리고 때로 인자하고 때로 근엄한 인격신이 아니다. 신은 모든 자연만물들을 산출하는 ‘능력’에 가깝다. 참 매력적인 개념이다. 아인슈타인이 나는 신을 믿는다면 스피노자의 신만 믿겠다고 했단다. 암튼 자연 안에 존재하는 것은 이미 ‘신의 능력’이 표현되었다는 뜻이다. 내재적 존재로서의 신. 이것이 그 유명한 ‘신즉자연’이란 언명이다. 그러니까, 내 몸을 빌려서 잠시 세상에 떨어진 양태로서의 자식도 ‘신의 능력의 표현’인 것이다. 각 양태들은 애초부터 정해..
엄마의 윤리학1 - 제 정신으로 살기위해 스피노자의 를 작년에 봤을 때 먹물 활자를 눈으로 훑는 거 같았다. 그런 책은 처음이었다. 공리. 정의. 정리. 주석. 보충 등등 번호를 매겨가며 논의를 전개하는, 철학책이라기보다 수학책에 가까웠다. 이과적 두뇌도 아니고 전자제품 사용설명서 1,2,3..만 봐도 판단중지가 일어나는 나로서는 현기증 나는 구성이었다. 그런데 섹시한 문장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중요한 얘기가 있었다. 끌림이겠지. 또 스피노자는 나의 사랑 니체오빠가 애정해마지 않는 철학자다. 고병권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철학자는 니체를 좋아하는데 니체의 모든 저서랑 에티카랑 놓고 최고의 책을 한권 고르라고 하면 ‘에티카’를 택하겠어요.” 그의 꼬심에 넘어가서 에티카에 다시 도전했다. 7주에 걸쳐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보단 훨씬 보..
소외와 사적소유 그리고 존재의 빈곤 * 소외와 사적 소유 는 경제적 개념(사적 소유/노동/자본/토지)과 철학적 개념(소외)을 절묘하게 엮은 대단한 역작이다. 맑스는 과학은 발생을 설명해야 한다고 봤다. 즉 무엇이 어떻게 산출됐는가를 따지고 든다. 국민경제학은 사적소유라는 사실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에 대한 개념적 해명은 없다. 왜 어디서 ‘사적 소유’가 발생했는가 묻지 않는다는 것. 맑스는 사적소유를 전제가 아닌 산출물로 다뤄야한다고 보았다. 심연을 파헤쳐 근거의 근거없음을 폭로하는 이 같은 작업은 니체의 계보학 작업과 유사하다. “노동자는 부를 보다 많이 생산할수록 더 가난해 진다.” 이 역설적인 사실에서 맑스는 출발한다. 사물 세계에서 가치증식이 이루어질수록 인간세계의 가치절하가 비례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에 대해 헤겔의 철학적 개념 ‘소외’..
자본의 재생산, 피로 피를 빨게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세포는 상품이다. 자고나면 새 상품이 나온다. 상품생산과 동시에 가치증식 과정이 반복된다. 연속된 전체로서 자본주의 생산과정을 바라볼 때 모든 생산은 재생산이다. 맑스는 이 재생산 관점을 도입해 자본의 정체를 밝혀낸다. 자본의 재생산 자본, 그것은 한마디로 잉여가치다. 우린 그동안 자본에서 잉여가치가 생겨난다고 말했지만, 잉여가치가 덧붙는 그 자본도 사실은 잉여가치의 총액에 불과하다. 가령 자본 1000원으로 매년 2000원의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자본가. 그가 매년 200원의 잉여가치를 비생산적으로 소비하면, 5년이 지나면 그는 본래의 1000원을 다 뽑아내 썼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 단순재상산 중인 자본 중 그가 처음 가진 자본은 없는 셈이다. “최초의 총투하자본은 축적..
시급제, 성과급제의 함정 TV에서 우연히 본 장면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제목이 ‘찜질방 부자(父子)’다. 이 엄동설한에 방한칸이 없어 아버지와 열여섯살 아들이 짐 상자를 들고 거리를 배회한다. 이 찜질방에서 쫓겨나면 저 찜질방으로. 그러길 몇 차례. 아버지는 보증금 300만원짜리 방이라도 구하고자 목돈마련을 위해 지방에 간다. 아들 손에 십만 원을 꼭 쥐어 주며 아빠 올 때까지 아껴서 쓰라고 당부한다. 이제 아들은 찜질방에서 눈치 보며 혼자 자고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아버지를 태운 봉고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아들의 뒷모습이, 둥지에서 떨어진 작은새처럼 한없이 애처롭다. KBS 다큐멘터리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딱 그 나이의 아들 키우는 엄마로서 가슴 미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혹시 누구 후원자라도 나타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