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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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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가만히 좋아하는> 과제 리뷰 # 시 외우기,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너의 행위가 항상 무한히 되풀이되어도 좋은 것이 되도록 그렇게 행동하라.’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해 들뢰즈가 삶의 윤리적 선택 차원으로 해석한 문장입니다. 가끔 생각나는 말이죠.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할 때, 이 행위가 무한반복 되면 좋겠다고요. 지난 시수업이 그랬어요. ‘시 암송 수업이 무한히 되풀이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뭐라고요? 너도 외워보라고요. 아 네-.-) 한 분 한 분 시 암송할 때 가만히 듣고 있자니 아름다움이 물결치더이다. 말들이 눈송이처럼 아래에서 천장까지 뭉게뭉게 피어나는 듯도 했고, 초등학교 수업시간으로 되돌아간 듯도 했어요. 예쁜 풍경을 봤을 때처럼 사진을 찍고 싶어져서 카메라 버튼을 눌렀네요. 사실은, 암송하기 과제를 내주면서도 다들 ..
<혼자 가는 먼 집> 과제리뷰 - 정념엔딩 허수경의 을 읽고 쓴 여러분들 과제를 읽어보았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문장이 안정적이고 줄거리도 제법 잘 읽힙니다. 글이 재밌어졌습니다. 문득, 저도 글이 쓰고 싶었어요. 억지로라도 과제를 내야하는 여러분이 질투가 나고 부러웠습니다. 이번이 벌써 7차시 과제이더군요. 매주 한 편의 글을 낳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전전긍긍 하다보니 변화가 일어나는구나, 성급히 그런 판단을 내려 보기도 합니다. 모든 반복적인 행위는 힘 방향을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틀어놓는 법이니까 아주 근거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수업의 가장 큰 공부는 자기가 쓴 글만이 아니라 다른 학인들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의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쓰니까 재밌다’ ‘이건 좀 밋밋하다’를 가늠하실 거에요. 그게 가장 큰 공..
<삼십세> 과제리뷰_이미지_과거_기억 그 때가 언제였던지, 저는 한 사람에게 단교를 선언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고마워. 그래도 나 죽을 때 그날 그 기억은 떠오를 것 같아.” 기억에 남는 생의 장면들. 돌이켜 보면 무덤에 안고 가고 싶은 이미지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여기서 이미지가 단순히 빼어난 영상미를 일컫지는 않겠지요. 독일어는 이미지(Denkbild)가 이미 ‘사유-이미지’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이미지란, 사유를 자극하고 확장시켜 자기 속성을 변환시킨 어떤 생의 강력한 순간이겠지요. '전면 진실'의 환상을 안겨주는 그런 느낌들, 오롯한 느낌들. 헤세도 말합니다. '이미지가 되지 않는 과거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우리 수업에서는 기억-기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복구 작업이 힘들지만, 자기 삶을 성찰하고 ..
<베를린의 유년시절> 과제 리뷰 "기억의 빈곤은 의식의 빈곤이다. 베르그손 등 많은 철학자들이 의식의 블랙박스를 기억에서 찾았다. 기억과 더불어 희비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기억은 나의 정체성을 마련해 주고 미래를 계획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를 발견하는 것도 기억이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과거 감정을 재조합하는 것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기억의 삼단논법. 장소-기억-의식. 인간의 의식 활동은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능력에 달려있고 친숙한 장소가 많으면 풍부한 의식 활동이 가능하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기억의 장소’가 사라지면서 현대인이 과거를 상실한 현재인이 되어가는 문제점을 지적한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의 글을 대략 정리한 것입니다. 벤야민의 도시철학도 비슷해요. 현대인의 특징으로 ‘경험의 위축’과 ‘이야기하는 능력..
<정말, 정말 좋았지> 과제 리뷰 ‘억압된 것은 외부에서 회귀한다. 그것을 억지로 보지 않으려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하려고 하면, 외부에서 그것의 복수를 당한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의 이치의 요점입니다. 일명 억압된 것의 귀환. 수많은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요. 살면서 불가피한 억압의 기제들. 일상적 삶에 괴물 같은 형식으로 돌출되기 이전에 몸소 시간 들여가면서 자기를 관찰하고 외부로 언어화하는 작업을 갖는 일은 소중한 것 같습니다. 학교에 관한 여러 편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참 다른 듯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구나 생각했어요. 학교라는 제도 자체가 강제하는 폭력이 있고, 선생님이든 친구이든 나약한 인간이기에 저지르는지도 모르면서 저지르는 죄가 있고요. 그들은 알까요. 자신의 행동이 한 사람의 마음이 이토록 오래토..
글쓰기의 최전선 6기 시작합니다 글쓰기의 최전선 6기 '글을 쓴다는 것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가장 급진적으로 된다는 것은 사물을 근원으로부터 파악한다는 것이고, 이 근원이란 인간에게 자기 자신이다.” 맑스의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무리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도 자기를 아는 것, 즉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자기표현과 자기파악의 안전한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정립된 생각을 글로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안간힘을 통해서 생각이 가지런해지고 자아가 다듬어지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외국어를 공부하듯 새로운 언어감각을 기르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반복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글쓰기의 최전선’에서는 읽고 토론하고 쓰는 입체적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성장기..
한 사람을 안다는 것 무슨 여고생 삼총사처럼 붙어다니는 친구들. 셋이서 서로 챙기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그려졌다. 수업시간 마다 간식이 한 보따리 펼쳐져 있어 테이블이 비좁을 정도였다. 온통 먹고 온통 웃고. 그러면서도 수업이 시작되면 노트하느라 볼펜 굴러가는 소리만 들린다. 그녀들은 대학 때 학보사 친구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반찬봉사를 시작하게 됐고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독거어르신 인터뷰집 원고 최종본을 갖고 나와 만나기로 한 이틀 전, 그녀들은 합숙을 한 모양이다. 셋이 같이 있다면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 건너로 웃음이 굴러가고 '선생님 힘들어요' 잉잉 우는 척하고, 아무튼 왁자했다. 2박 3일 원고를 밤 새가며 읽고 쓰고 고쳤는데, "글이 너무 안 써져서 울었어요" 한다. 무슨 말인가 했다. 아..
글쓰기의 최전선_ 보고서 2011년 3월 1기를 시작했고 현재 5기 과정을 진행 중이다. 연구실 외에 ‘고양여성민우회생협’과 ‘생기랑마음달풀’ ‘도봉여성센터’ 등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매 강좌마다 10~20여 명의 학인들과 책을 읽고 글을 써서 함께 읽으며 말을 나누었다. 나는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이전의 나와 달라졌다. 마치 아이를 낳고 다른 존재가 되었듯이, 몸만 알아채는 변화가 있고, 구체적으로는 읽는 책이 달라졌고, 만나는 사람이 달라졌고, 살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달라졌다. 한 가지씩 써보려 한다. 1) 어떤 사람들이 오는가 - 오전수업: 주로는 30~50대 전업 주부들이다. 강사, 사업가, 활동가가 있다. 아이 하나 둘 키우면서 육아문제로 고민한다. 결혼 전 일기라도 썼던 사람들,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