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섞여 살아야 배운다 필라테스 강습 시간에 선생님이 나에게 지구만한 고무공을 건네주며 말했다. “팔을 쫙 펴서 남편분 안듯이 꽈악 끌어안으세요.” ‘네? 아니, 왜요, 그다지 그러고 싶지 않….’ 운동기구에 누워 복부 근육에 힘을 주느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순간 공을 놓칠 뻔했다. 나이 든 여성이라도 남편과 자식이 없기도 하다. 저 사랑 넘치는 이성애 가족 판타지를 대체할 표현이 없을까. 고양이? 나무? 베개 안듯이? 그냥 두 팔을 최대치로 늘이라고만 해도 충분했을 것 같다.무심코 쓰는 일상어에 차별과 배제가 배어 있다. 청소년은 무조건 학생이고 고3이면 묻지도 않고 ‘수험생’이다. “공부하느라 힘들겠다”는 말을 위로로 건넨다. 탈학교 청소년, 비진학 학생, 특성화고생은 안중에 없는 존재다. 성인은 결혼-출산이란 이성애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