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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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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 작업하는 사람 인터넷 검색창에 ‘백현진’ 세 글자를 넣으면 가수, 화가라는 인물 정보가 뜬다. ‘위키백과’엔 그가 참여한 영화와 음반 목록이 주르르 펼쳐지고, ‘동영상’엔 최근 종영한 TV 드라마 개장수로 분한 모습이 나온다. ‘이미지’엔 강렬한 색채의 그림들이 시선을 끈다. 바다 물결처럼 매 순간 다른 존재를 펼쳐내는 멀티플레이어 아티스트 백현진. 한때 ‘연남동 사는 백현진’으로 자신을 소개하던 그는 자신이 사는 동네가 힙스터의 성지로 주목을 받자 ‘노래하고 그림 그리는 백현진’으로 바꾸더니, 지금은 그저 ‘작업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백현진은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붓을 잡는 사람이고,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른 독보적 화가다. 그가 2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삼청동 PKM갤러리는 ..
시인 문정희 - 본질적으로 시인은 여자다 인생에 한 번쯤 ‘사랑의 눈사태’를 꿈꾸는 자의 유명한 주술,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한계령을 위한 연가」)의 시인 문정희. 그가 눈앞에 있다. 검은색 롱 카디건에 붉은 스카프를 두른 시인의 자태와 형형한 눈빛은 존재 그 자체로 주변 온도를 덥혀놓는다. 1969년 스물둘에 등단한 그는 최근 열네 번째 시집 『작가의 사랑』을 펴냈다. 여러모로 드물고 귀한 시집이 우리에게 당도했다. 시인이 될 수는 있어도 시인으로 살기는 척박한 현실에서 등단 50년간 독보적인 위상을 지킨 사람. 그는 남성 중심의 언어로 짜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삭제당한 여성의 존엄과 목소리를 살려내는 시-업에 일생을 투신했고, 이번 시집은 그 절정을 꽃피웠다. 유일한 무기는 모국어, 창작의 동력은 자유와 사랑이다. 그래서일까.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