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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강연장 포스트잇에 이런 질문이 쓰여 있었다. ‘연봉이 얼마예요’. 그걸 읽고 다 같이 웃었다. 연봉 있는 작가라니! 참신한 오해다. 하긴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며, 희망 연봉을 제시했다. 여러모로 앞서갔다. 지금 시대엔 직업을 이해하거나 평가하는 기준이 돈이다. 연봉이 높으면 좋은 직업, 낮으면 안 좋은 직업. 그 기준으로 작가는 연봉 책정이 불가능한 이상한 직업이다.
일부 소설가나 시인은 대학교수, 편집자 같은 직업을 겸한다. 최승자 시인은 그 훌륭한 작품을 쓰고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냈다. 전업 작가는 고정 수입이 없다. 주된 활동이 책 펴내는 일이고 저자 인세는 대개 정가의 10%다. 만삼천원짜리 한권 팔리면 저자한테 천삼백원이 돌아온다.(이 얘길 하면 다 놀란다) 어떤 책을 내도 십만부 판매가 ‘무조건’ 보장되는 국내 저자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대개의 책은 초판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라서 일이만부 정도 팔리면 성공작으로 본다. 내 책은 2~3년간 누적으로 그 정도 팔렸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일년에 오천부가 팔려도 천만원이 채 안 된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책 한권 쓰는 데 최소 6개월은 걸린다. 작업 기간 길고, 판매 불확실하고, 후불로 지급되는 인세만 믿고 있다간 굶기 십상이다.
작가들이 강의를 나가는 이유다. 나도 일감 걱정을 벗어난 건 근래인데, 책 관련 강연으로 생계의 틈을 메운다. 내밀한 대화를 삶의 쾌락으로 여기는지라 ‘혼자 떠드는 느낌’이 드는 대규모 강연이 아니라면 즐거이 임하는 편이다. 그런데 말하기와 글쓰기는 반대의 에너지가 든다. 글은 자기 생각을 의심하는 일이고, 말은 자기 확신을 전하는 일이다. 그게 가끔 혼란스럽다. 그걸 기질적으로 못하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기 꺼리거나 강연 기회가 없는 작가는 책만 팔아서 밥을 구해야 하는 극한 처지에 몰린다.
올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을 감동적으로 봤다. 소설가 박서련이 궁금해 인터뷰를 찾아보니 20대 젊은 작가다. 어렵사리 등단했지만 원고 청탁이 없었단다. 스타벅스 아르바이트,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중장비 자격증까지 알아보다가 이 소설의 기획이 한 단체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창작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하마터면 나올 수 없었던 소설이라고 생각하니 착잡했다. 젊어서 고생이 성과물로 수렴되지 못하는 작가 지망생들,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기형도) 작가들은 얼마나 많을까.
시와 소설을 쓰는 순문학 분야는 각종 문학상이나 공모사업 기회라도 있지만 르포르타주를 다루는 논픽션 분야는 더 척박하다. 전업 작가부터 희소하다. 논픽션을 애정하고 섭취하며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책이 아니라 강연으로, 작가가 글보다 말로 살아야 하는 현실에 ‘어쩔 수 없다’며 젖어들지 말고 ‘어쩌면 좋을지’ 물음이라도 붙들고 있으려 한다.
동네서점 주인장들도 한숨이 깊다. 서점 또한 책만 팔아서는 유지가 불가능한 구조라서 유명 저자를 초대하거나 독서모임을 하는 등 끝없이 이벤트를 기획한다. 근데 작가를 초대해도 사람들이 작가만 보고 갈 뿐 책을 사진 않는다는 거다. 저자는 책 쓰려고 강연하는데 독자는 강연 들었으니 책을 안 산다는 얘기다. 이 무슨 얄궂은 상황인지.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것만큼이나 아이러니다. 종이책 시대가 저무는 건 알겠는데, 작은 서점이 사라지는 풍경, 일생을 다 걸고 글 쓰는 사람이 소멸하는 세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미래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66586.html?_fr=mt5&fbclid=IwAR2WOBuMzfaS5QMp7bQ7lJOD7caYTN3plhIn_xxFJ3YJQbK_G57hEwHCL3g#csidx717a83abe665ed780a4fc438ab06a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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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재작년 성폭력피해자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났습니다. 수업 시간에 항상 진지한 눈빛으로 임했죠. 공부하고 알바하기 바쁜데 과제도 꼬박꼬박 잘 해오고, 무엇보다 글을 참 잘 썼어요. 회피하거나 에둘러가지 않고 자기 상황과 감정을 응시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었어요. 오웰이 말한 '불쾌한 사실을 직시하는 능력'이 있는 거죠.
나비의 글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기에 "나비, 계속 글 써도 좋을 거 같아."라고 말했어요. 나비도 배우고 싶다고 했었어요. 입시 끝내고 관심 있음 언제든 오라고 했죠. 그때 같이 공부하던 한 친구와 올봄에 연락이 닿아 만났을 때 나비가 퇴소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대학은 갔는지 궁금했는데 며칠전 한국성폭력상담소 뉴스레터에서 나비 소식을 봤네요! 열림터 소장님께 확인하니 이 나비가 그 나비가 맞다고 하시네요. 혹시 관심 있는 분들 계실까 해서 공유합니다.
열림터 퇴소 이후 생활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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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엠티에 ‘시간이 되면’ 같이 가자는 문자가 ‘콩(공유정옥 활동가)’에게 왔다.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1023일 농성을 마친 기념으로 농성장을 지켰던 이들이랑 강릉 바닷가에서 2박3일 편안하게 쉬다 올 예정이란다. ‘시간이 되나’ 머리를 굴려본다. 시간과 돈을 거래하는 시대. 시간이 화폐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돈으로 보상되는 일 위주로 시간을 살뜰히 썼구나 싶다. 그건 잘 살았다기보다 초조하게 살았다는 느낌에 가깝다. 이건 다르다. 사적 여행도 아니고 공적 활동도 아니다. 작가 초청 강연 말고 그냥 같이 놀자니까 좋아서 짐을 쌌다.
“아유, 바쁠 텐데 어떻게 시간이 됐어?”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가 활짝 웃으며 반긴다. 시간이 뭐길래. 왠지 부끄러웠다. 어머니는 몸이 불편한 딸 혜경씨를 휠체어에 태우고 1000일이 넘도록 매주 시간을 내어 춘천에서 서울을 오가며 한뎃잠을 잤다.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씨도 속초에서 강남역을 묵묵히 오갔다. 농성장 해단식 날 물었다. “3년을 하루같이 어떻게 다니셨어요? 오기 싫진 않았어요?”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힘든 적은 많았지만 가기 싫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위인전에 나오는 어떤 인물보다 커 보였다. 그분들 삶의 자리에 나를 놓아보면 난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구체적으로 승산 없(어 보이)고 기약 없(어 보이)는 싸움에 매일매일 ‘시간을 낼’ 배짱이 없다. 싸운다고 죽은 자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병이 낫는 것도 아니라는 판단을 뒤로하고 삶을 통으로 내어 싸운다는 건 어떻게 가능한가.
언젠가 광화문 집회에서 혜경씨가 무대에 올라가 발언을 했는데 그걸 지켜보는 이종란 노무사 눈에는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십몇 년 수천 번은 들어서 다 아는 얘기일 텐데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엠티에서도 혼자 힘으로 화장실을 가거나 씻을 수 없는 혜경씨를 활동가들이 너도나도 나서 휠체어를 밀었다.
드물고 귀한 관계. 같이 보내는 시간을 물 쓰듯이 써야만 가능한, 무심히 밥을 먹고 곁을 지킨 인연이 갖는 한가함과 안정감이 그들 사이에 있었다. “누군가와 항상 함께한다는 느낌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주는 가장 값진 선물(211쪽)”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한 사람이 마냥 담대하고 무모해질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을 믿기 때문인 거 같다.
엠티 첫날 밤, 흰 파도 까불고 별 총총 박힌 바닷가로 ‘민중가요 노래집’과 기타를 들고 우르르 나갔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가사가 막힘없고 노래가 자동 재생되는 이종란과 콩과 나는 ‘올드 제너레이션 시스터즈’라는 놀림을 받았다. 30대 농성장 지킴이가 신기한 눈으로 물었다. “대학 때 노래만 했어요?” 콩은 공강 시간마다 과방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나는 노조 사무실에 한 시간 일찍 출근해 기타 코드 어설프게 잡아가며 시간을 보냈다. 자격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왜 그토록 열심을 다했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사랑과 신념이 가슴에 출렁대던 시절임은 분명하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원칙과 사랑의 원칙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급류에서 부서진 삶을 복구하는 사람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사랑의 원리를 깨우쳤다. “삶은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은 무시되고, 개개인은 고립된 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에 최상의 가치를 두(111쪽)”도록 세상이 우리를 길들이고 있기에, 무가치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에 무모하게 시간을 보낸 것들만 곁에 남아 있다. 무던한 사람, 철지난 노래, 변치 않는 신념, 짠 눈물 같은 것들.
<올 어바웃 러브> 벨 훅스 지음, 이영기 옮김, 책읽는수요일
※ 이번 호로 ‘은유 읽다’와 ‘김현 살다’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자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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