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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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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작가의 연봉은 얼마일까 한번은 강연장 포스트잇에 이런 질문이 쓰여 있었다. ‘연봉이 얼마예요’. 그걸 읽고 다 같이 웃었다. 연봉 있는 작가라니! 참신한 오해다. 하긴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며, 희망 연봉을 제시했다. 여러모로 앞서갔다. 지금 시대엔 직업을 이해하거나 평가하는 기준이 돈이다. 연봉이 높으면 좋은 직업, 낮으면 안 좋은 직업. 그 기준으로 작가는 연봉 책정이 불가능한 이상한 직업이다.일부 소설가나 시인은 대학교수, 편집자 같은 직업을 겸한다. 최승자 시인은 그 훌륭한 작품을 쓰고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냈다. 전업 작가는 고정 수입이 없다. 주된 활동이 책 펴내는 일이고 저자 인세는 대개 정가의 10%다. 만삼천원짜리 한권 팔리면 저자한테 천삼..
나비의 등록금 마련을 위하여 '나비'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재작년 성폭력피해자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났습니다. 수업 시간에 항상 진지한 눈빛으로 임했죠. 공부하고 알바하기 바쁜데 과제도 꼬박꼬박 잘 해오고, 무엇보다 글을 참 잘 썼어요. 회피하거나 에둘러가지 않고 자기 상황과 감정을 응시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었어요. 오웰이 말한 '불쾌한 사실을 직시하는 능력'이 있는 거죠. 나비의 글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기에 "나비, 계속 글 써도 좋을 거 같아."라고 말했어요. 나비도 배우고 싶다고 했었어요. 입시 끝내고 관심 있음 언제든 오라고 했죠. 그때 같이 공부하던 한 친구와 올봄에 연락이 닿아 만났을 때 나비가 퇴소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대학은 갔는지 궁금했는데 며칠전 한국성폭력상담소 뉴스레터에서 나비 소식을 봤네요! 열림터 ..
누군가와 항상 함께한다는 느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엠티에 ‘시간이 되면’ 같이 가자는 문자가 ‘콩(공유정옥 활동가)’에게 왔다.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1023일 농성을 마친 기념으로 농성장을 지켰던 이들이랑 강릉 바닷가에서 2박3일 편안하게 쉬다 올 예정이란다. ‘시간이 되나’ 머리를 굴려본다. 시간과 돈을 거래하는 시대. 시간이 화폐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돈으로 보상되는 일 위주로 시간을 살뜰히 썼구나 싶다. 그건 잘 살았다기보다 초조하게 살았다는 느낌에 가깝다. 이건 다르다. 사적 여행도 아니고 공적 활동도 아니다. 작가 초청 강연 말고 그냥 같이 놀자니까 좋아서 짐을 쌌다.“아유, 바쁠 텐데 어떻게 시간이 됐어?”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가 활짝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