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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시집

김수영 -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 김수영 '봄밤'


제11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시인은 살아있다' '시인 김수영의 밤' '시인 이상의 밤' 사회를 봤고 잘 마쳤다. 김수영의 시 봄밤을 이영광 시인이 낭독할 때 눈물이 났지만 꾹 삼켰다. 왜 이리 좋은 것이냐. 시는. 시를 읽는 밤은. 

'자기언어 발명하기 - 인문적 자서전을 쓰자' 강연도 잘 마쳤다. 근데 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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