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 등록금 알바생의 죽음

[비포선셋책방]

군대 제대하면 적어도 일주일, 아니 한 달은 마음껏 놀고 싶을 것 같다. 가난한 청춘에게는 그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제대 다음날부터 등록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 자리로 직행, 이마트 냉동기 점검 작업하던 황승원 씨가 참변을 당했다. 사인은 가스중독이다. 일이 힘들면 그만두라는 엄마의 말에 다른 업체에선 월급 150만원 받기 쉽지 않다고 했단다. 아버지 사업실패로 고교진학을 못했고 검정고시 치르고 서울시립대에 들어갔다니 공부를 잘하고 착실했던 모양이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들. 그런 자식을 바라봐야 하는 엄마는 얼마나 안쓰러웠을까. “늘 아들에게 미안했다는 엄마의 통곡이 나의 가슴을 친다.

오늘(7월4일) <한겨레> 1면 기사다. 요 며칠 시험기간이라 대낮부터 얼굴 맞대고 있는 아들에게 너가 너무 고생을 모르고 철이 없어 걱정이라며 잔소리 하다가 신문을 보았다. 부끄러웠다. 고생과 인격을 등가교환 할 수 있다는 발상은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삶의 벼랑에서 한발 짝 떨어진 이들에게나 가능한 거래다. 고인의 형편처럼, 엄마는 식당과 공장 전전하며 월급 100만원 받아 자식 키우고 지금도 보증금 1500에 월세 20만원 반지하 단칸방에서 사는 이들에게 노동은 고된 밥벌이 수단이다. 니체도 말했다. 노동은 하나도 고귀하지 않으며 삶의 충동을 효과적으로 길들일 뿐이라고. 맞다. 초과 노동으로 고생해서 인격이 도야된다면 우리나라 저소득층은 전부 도인일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은커녕 추락하지나 않으면 다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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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삐삐 [2011.07.05 0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극과 슬픔이 연이어 집니다. 사고사는 얼마든지 있지요. 사망의 가장 큰 요인도 사고사 고요, 하지만 위의 경우는 그런 일반적인 사고가 아닌 점이 새겨져야 할 겁니다.

    에셀의 책과 함께 데이비드 하비의 책, 자본의 수수께끼와 자본주의의 위기란 책이 빨리 번역되어 함께 읽혀졌으면 해요. [David Harvey, The Enigma of Capital and the Crises of Capitalism] 중고등 학생들이 봐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글로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쓴 책이라서요. 왜 어머니도 아들도 아무리 열심히 이토록 일해도 그 수입으로 삶의 여가를 맛볼 수 있기는 커녕 더 위험한 환경과 위태한 삶에 놓여지게 되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명백히 그려주는 책이니까요. 뭔가 확실히 잘못되어 있는 거지요.

    프랑스에서 이백 만부가 팔린 분노하라 중에 저도 다섯 부를 보탰었습니다. 프랑스에선 3유로 였는데 영어책, 한국 책은 더 바싸게 나왔더군요. 대신 원본에 없었던 인터뷰 내용이 있었나 봅니다.ㅎ

    예, 에샐의 어머니 대단하지요. 남성 애인도 많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자식도 잘 키워놨고 여성 애인과도 살았고 장수도 했어요. 우리의 나혜석님이 너무 불쌍하죠. 가슴을 열어놓고 사람들의 가능성을 풀어주고 실현할 수 있는 만큼 실현하도록 밀어주는 것만큼 중요한게 없다고 봐요. 정상화, 규범화, 정규화시키려는 감정과 사고의 작동에 대해서 경계해야 겠지요.

    에셀 정신의 본주가 시였군요. 얼마전 돌아가신 스페인 작가, 셈프룬도 반나치 공산주의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서 17세였나 하는 어린 나이로 노동 수용소에 보내졌다가 살아 남았는데 그의 회고에서 소르본느 대학 사회학자였던 동료 포로와 함께 완벽히 외울 수 있었던 보들레르의 한 시를 함께 읊으면서 엄혹한 고통을 이겨냈다고 하더군요. 에셀이나 셈프룬과 같이 노동켐프에서 살아 나올 수 있는 확률은 거의 0, 5 퍼센트도 안되는 확률이었겠지만 그와 같은 강건한 인물들에게 시가 주었던 삶의 영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리모 레비와 같은 작가도 생존한 후에 겪어야 했던 고통을 이겨내는데 시가 큰 힘이 되었지요. 그가 콜러리지 시를 읊으면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경험을 이해 받았다고 생각하고요. 깊이 응축된 감정의 조응, 엄청난 긴장과 농축된 고통과 시련,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경험등을 이미 시로 써내린 시인들과 뜨겁게 조응할 수 있기 때문이랄까요.

    • 은-유 [2011.07.05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본의 수수께끼, 그책이 기다려지네요^^
      에셀의 어머니 폭풍감동의 삶 ㅋㅋ 정말 그녀 앞에서 작아짐을 느꼈습니다. 가슴을 열어주고 본성과 잠재성을 풀어주는 삶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시의 위대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시읽기세미나를 빨리 해야겠단 조급함이 들더라고요.ㅎㅎ 언어의 최고치죠. 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