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은 짧은 잠언으로 이뤄졌다. 맥락에서 걸어 나온 한줄 문장을 해석하는 건 위험하고 부질없다. 그래도. 울림을 남기는 좋은 문장을 읽고 나누는 일은 아름답고 유용하다.
65. 인식에 이르는 길 위에서 그렇게 많은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인식의 매력은 적을 것이다.
= 안다는 것은 나의 무지와 편견과 빈구석을 아는 것. 그 손발 오글거리는 쪽팔림을 견디는 것. 자기를 알아가는 투쟁. 그것을 인식의 매력으로 표현하다니 니체는 대인배다.
72. 높은 감각의 강함이 아니라, 지속되는 것이 높은 인간을 만든다.
=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랑은 느낌이 왠지 다르다. 매일 한 쪽씩 글 쓰는 것으로 높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아닌 거 같다. 기계적 반복이 아닌 영혼의 단련 차원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85. 똑같은 열정이라도 남자와 여자는 템포가 다르다: 그 때문에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오해가 그치지 않는다.
= 니체가 여자 얘기할 때, 예전엔 여성비하 뉘앙스에 발끈했는데 요즘은 웃음이 난다. 니체는 여자에 관해 꽤 심도 깊게 연구를 많이 했다. 열정의 템포가 달라 사랑하고 그래서 또 헤어지고. 제 아무리 계보학적 탐구로도 해석이 안 되는 게 니체에게는 여자였던 듯.
87. 구속된 마음, 자유로운 정신 - 만일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엄격하게 묶어 잡아두면, 자신의 정신에 많은 자유를 줄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이미 한번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을 알지 못했는지 내 말을 믿지 않는다.
= 금욕과 자기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
110. 한 범죄자의 변호인으로 범행의 아름답고 무서운 점을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예술가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 쥐 그래피티 박모 강사가 자기 변호사에게 읽어주고 싶다고 한 문구. 정말 아름답다. 변론은 동정과 선처로 용서를 바라는 구걸모드다. 그런데 니체는 범행의 ‘아름답고 무서운 점’을 강조하라고 그런 변호사는 예술가라고 말한다.
146.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
= 유명한 문구. 수첩에 써두어야 할 머스트해브 문장이다. 괴물과 싸우면 괴물 된다. 그래서 니체는 적을 자기와 동급으로 키워놓고 싸우라고 권한다. 니체에겐 적이 자기극복을 촉발하는 친구 개념이다. 별들의 전쟁!
149. 한 시대가 나쁘다고 느끼는 것은, 보통 전에는 좋다고 느꼈던 것의 반시대적인 여운이다. 낡은 이상의 격세유전.
= 하다못해 청바지 통도 돌고 돈다. 촌스러운 게 최신 유행으로 취급되고. 세계대전 때 여성을 집에 두려고 모유수유를 국가적으로 권장했지. 전업주부에 대한 위상도 시대가 만든다.
156. 광기는 개인에게는 드문 일이다. - 그러나 집단, 당파, 민족, 시대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 집단은 사고하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잘 퍼져 광기에 휩싸이기 쉽다. 축구가 민족주의로 흐르는 등.
157.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위로의 강력한 수단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사람들은 수많은 괴로운 밤을 잘 넘긴다.
173. 사람들이 여전히 경시하고 있는 한 미워하지 않으며, 동등하거나 더 높다고 평가할 때에야 미워한다.
175.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사랑하는 것이지, 욕망한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 나의 태지사랑은 자유에 대한 나의 욕망을 사랑한 것이다. 인정한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자기의 신분상승 욕망에 대한 사랑이다. 엄마들이 자식에게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살면서 어느 시기 누군가/무엇에 집착하고 연연했나를 되짚어보면 그 당시 내가 갈망한 욕망이 읽힌다.
178. 현명한 사람도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이 얼마나 인권침해인가!
= 사회적인 명망가가 스캔들 일으키면 욕하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현명함은 무결점이 아니다. 이런 식의 오해는 종종 인권침해적 상황을 불러일으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