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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내겐 너무 SF적인 핸드폰 상용구



핸드폰을 바꿨다. 3년 정도 쓰던 것이 올해 들어서 버튼도 안 눌러지고 종말의 징후를 보이더니만 주말에는 급기야 수발신 기능이 정지됐다. 매장 직원이 내 구닥다리폰을 보고 “참 오래 쓰셨네요”라며 놀랐다. 이참에 스마트폰을 써볼까 유혹도 있었는데 월 통신비가 8-9만원은 나온다고 해서 접었다. 이동통신사를 변경하고 무료폰을 지급받았다. 디자인이고 기능이고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무료폰 종류가 세 개밖에 없었고 그중에 삼성 애니콜이 아닌 게 하나뿐이었다. 썩 좋은 단말기가 아니다. 
 

아무려나 나는 여러모로 흐뭇했다. 새 것이 주는 물질감도 보송보송하니 매끄럽고 카메라 등 각종 기능이 편리했다. 무엇보다 그간은 거의 도장파는 압력으로 자판을 눌러야 했는데 슬쩍만 눌러도 글자가 찍히니 좋았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다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작업실이란 글자를 쓰려고 ‘자’까지 눌렀더니 ‘자고 있었어’ ‘자러 갈거야’ 란 문장이 흐리게 떴다. 거기다가 기역받침을 추가해서 ‘작’까지 쓰자 ‘작별 해야겠다’란 문장이 나왔다. 그런 식으로 ‘사’를 치면 ‘사랑합니다’가 뜨고 ‘수’를 치면 ‘수업 끝나고 전화 할게’가 뜨고, ‘가’를 치면 ‘가고 있는 중이야’가 나왔다. '다' 는 '다음에 꼭 봅시다' '강'은 '강남에서 만나자'와 '강아지 너무 귀엽더라'가 나왔다. '라'를 치면 '라면먹고 싶어'와 '라고 하더라'가 떴다. '상'은 '상관하지 말고 신경 끄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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