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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옆소극장

하하하 - 그리 대단한 사랑은 없다


나를 키운 8할은 오빠들이다. 지나고 보니 열아홉 이후에는 늑대소굴에서 살았다. 그들을 남자로 보았을 리 만무하다.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킬 여지도 없었다. 성적인 것에 무지했다. 순결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된 줄도 모른 채였다. 당시 내게 남자란 이성理性. 다른 성별이 아니라 합리적 존재였다. 같이 있으면 말도 통하고 배우는 것도 많고 즐거웠다. 좋은 사람의 좋은 기운에 끌렸고 그들도 나를 국민여동생처럼 예뻐했다.  

가장 따랐던 선배A. 나의 사수였다. ‘대학에 가도 이런 공부만 하니까 내가 가르쳐 준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몇 개월 토요일에 그의 집을 드나들었다. 녹두에서 나온 감색 책 ‘세철’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책을 읽고 묻고 답하고 정리했다. 영화 보면 과외선생님이랑 정분이 나기도 하던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