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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사람이 변한다는 것


저번에 선생님 만났을 때 선생님이 쓴 소설 세 편을 전달받았다. 집에 와서 꼼꼼히 읽어보고는 감상문을 써서 메일로 보냈다. 객관적 독자의 입장이 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비평전문가도 아니지만, 글과 선생님을 사랑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보고 느낀 그대로를 말씀드렸다. 이런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정갈한 문장과 섬세한 묘사는 질투심을 유발했습니다. 여기에 깊은 성찰 끝에 삶 속에 터진 명문장이 있었으면 글의 품격이 더 살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A작품은 구심력이 뛰어나 잘 읽히는데 주제의식이 미약합니다. B작품은 20년 전이 아닌 지금 나온 이유가 설득력이 없는데다가 남주인공 캐릭터가 밋밋해서 러브스토리에 긴장이 안 생깁니다. C작품은 가장 완성도가 높습니다. 가슴 먹먹하면서도 덤덤히 읽히는 게 미덕입니다. 그런데 싸우는 장면에서 살짝 정신줄을 놓아서 심정의 막힘을 뚫어주었다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글이 전반적으로 좀 더 밀고 나가는 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선비적 품성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실 것도 같은데, 단편 말고 긴 호흡으로 장편을 쓰시면 외려 선생님의 올곧은 품성과 관조적 세계관이 장점이 되지 않을까요. 등등. 
 

나의 과도한 정직함으로 인해 18년 만의 상봉이 '짧은 우연'으로 끝날까봐 살짝 걱정하면서 보냈는데 ^^; 다행히 선생님은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간 쓰신 단편 몇 꼭지를 더 봐달라고 부탁하셨다. 또 어줍잖은 올곧음과 오랜 교사의 습성이 폭넓고 깊이 있는 소설을 쓰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 한계를 깨는 노력이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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