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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옆소극장

<30주년 기념공연> 다시, 정태춘 박은옥을 기다리며


“이런 일이 있었어요. (경기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 반대투쟁인) 대추리 싸움 하다가 논구덩이에서 플래카드에 목이 졸려 경찰에 연행돼 가지고 응급실로 실려 갔는데 거기 병원에 쫓아온 후배가 그랬대요. 형님은 아직도 이러고 사시냐고, 세상 좋아졌는데 이제 그만하시라고. 그랬는데 이 사람이 그러더래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왔다고? 그 세상이 왔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거라고?’ 지금도 그 이야기만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박은옥)” 

현관문 앞에서 이틀째 뒹구는 한겨레신문을 펴자 정태춘 박은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요즘 들어 신문을 외면했다. 괴롭고 무기력해지니까 안 봤다. 헌데 구석에 방치된 것은 신문이 아니라 시대의 진실이고 정태춘의 노래였다. “군부독재가 물러났지만 이젠 더 공고하고 사악한 자본의 독재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군부독재와 싸우던 사람들이 그런 변화에 대해선 외면하고 그 질서 속에 들어가 명랑한 얼굴로 개혁을 말하고 민주화를 말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정태춘선생님의 말씀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두 분이 5년 만에 공연을 하신다. 공연도 보기 전에 이미 노래 스무 곡쯤은 들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졌다.

  • 해피 2009.10.28 16:39

    나두 공연장 가서 노래 들으면서 눈물 훔친것은 처음이었던것 같아요.
    무대를 향해 "그래도 노래 계속 하세요~!" 라고
    소리 한번 질러주지 못한게 좀 후회 스럽기도 하네요.
    오늘이나 내일이나..... 이어질 공연에서.... 누군가.....
    두분이 정말로 그리 하든 말든,
    노래 계속 해달라고, 그러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용기내서 소리한번 질러 주었으면 하고 바래봐요 ^^;;

  • 보동 2009.10.28 18:05 신고

    아...저도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국어선생님의 영향이 컸었는데, 그때 2학년 교과서의 첫 단원이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이었는데, 그 단월을 위해 학생들에게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추천해주셔서..당시 저는 정말 범생이라 그대로 책을 구해 읽고 전율을 느기곤 했어요. 여름방학 과제는 책 3권중 1권을 읽고 독후감 써오기였는데..어찌나 강한 충격과 분노를 느끼며 읽었는지, 28년전의 일인데도 그 세 권의 책이 다 기억이 나요. <나를 운디느니에 묻어주오 - 미국 백인의 인디언 학살의 기록인 책>, <북아일랜드 그 원한의 역사>, <미국노동운동비사>..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해요 그엄혹했던 전두환 군사독재시절에 그런 책을 학생들에게 추천해주셨으니... 전 그 세권을 다 구해 읽고, 그 뒤에도 선생님이 권해주신 <전환시대의 논리>를 구한다고 금서도 파는 청계천 뒤져다니고... 정독도서관에 공부한다고 친구랑 가서는 열람실 가서 <우상과 이성>,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유배받은 자들> 이런 책을 읽고 그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물론 머리로만 분노하곤 그런 아직 미성숙한 때였긴 하지만요...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아름다운 공연, 리뷰 글로 못가본 아쉬움 달랠 수 있어서 고마워요.

    • 은-유 2009.10.29 00:58 신고

      성장기에 선생님의 역할이 참 중요한 거 같아요. 보동님도 좋은 스승 만나셨네요. 추천해주신 책을 보니 더 강성이셨던 듯..ㅎㅎ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읽으셨나봐요. 저는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요. '충격'받아서 가슴 끓던 느낌만 아련할 뿐..

  • 한내 2009.10.28 22:06

    첫사랑 선생님을 그렇게 상봉하다니..너무 영화같고 로멘틱하고 멋지다. 나도 대학시절 항상 걸어놓고 들었지. 참 좋아해서 벗들한테 소부르조아적 취향을 지녔다고 핀잔도 먹었지만 그런말하는 녀석들이 더 읏기기만 했어. 나 결혼때 신랑친구들 앞에서 부른 노래가 '서울의달'이었잖아. 그냥 결혼이 그렇게 좋지도 않고 그때 떠오르는 노래가 그 노래여서.. 말야. 인간이란 종에게 희망이 있는가를 논하면서 밥먹는 가족이 아주 친근하게 느껴지는구나. 그 시니컬한 논쟁속에 느껴지는 따뜻한 동류애. ^^ 나도 그곳에 가서 같은 시간 또 다른 인생의 어제를 그렇게 한번 보듬어 보고 싶구나.

    • 은-유 2009.10.29 01:05 신고

      선생님과 상봉 정말 멋지지 않니!! 가을날 정동에서 정태춘박은옥 공연을 찾았다가 만나다니..ㅠㅠ 소부르아적 취향 ㅎㅎ 애늙은이 취향인데 의미부여가 과했지. 그 땐 왜 그리 다들 시대의 짐 짊어진 사람처럼 심각했나 몰라..^^ 공연 너무 좋더라. 어제 공연장이 꽉 찼는데 전회 매진이란 얘기도 들리네. 노래는 역시 삶에서 나오나봐. 어제 공연보고 다시 한번 느꼈어. 말은 거짓을 해도 노래는 거짓을 못한다는 걸.

  • 2009.10.29 10:00

    비밀댓글입니다

    • 은-유 2009.10.29 19:50 신고

      모야잉~ 보고싶었어요.^^ 잘지내죠? 김제동은 정말 밝으면서도 진중하고 따뜻하고 괜찮은 사람인듯해요.우리가 남자 보는 눈은 높은데..ㅋㅋ

  • 장정아 2009.10.29 12:37

    햇살 좋은 이가을^ 지영은 넘 좋겠다. 그 어떤 선물보다 귀하디귀한 선물을 받아서....살면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가슴에 품고 살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일인데. 이글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에 이슬이 자꾸 맺히는데... 지영의 극적인 만남의 순간이 눈앞에 선연히 펼쳐져서 앞으로서는 선생님과의 인연의끈을 놓치지말고 꼭 붙들고 있기를.. 진짜진짜 축하해..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라 맥빠지지만 정태춘과 박은옥같은 분들이 아직도 구석구석에서 그들만의 거룩한 길을 가고 있으니 희망을 버릴 수가 없네 정동길의 멋진 공연 가고프다

    • 은-유 2009.10.29 19:52 신고

      선생님과 핸펀번호 나눴지요. 이제 헤어지지 말아야죠^^ 정태춘 박은옥 선생님이 얼마나 소박하고 순박한지 공연보니까 더 존경스러웠어요. 생각만해도 가슴이 짠해져요...ㅠㅠ

  • 실버레인 2009.11.04 09:04

    너무 좋았구나..ㅠ_ㅠ 네 글에서 2할의 감동을 전해 받는다. 8할은 내 몫이 아니겠지..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ㅠ___ㅠ 멋진 은사님을 그렇게 멋진 곳에서 재회하다니, 넌 인생이 드라마야. 글을 보다.. 문득 니가 참 보고싶다.. 합정동 그 카페에서.. 우리 언제 볼까나... ㅠ__________ㅠ

  • 2009.11.10 01:39

    두 분의 공연 소식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저 역시 공연 보러 갔을 텐데.. 뒤늦게 알고 많이 아쉬워하고 있어요.
    아주아주 꽤 오래전에 한 남자가 첫눈에 반했다고 건네준 것이 정태춘 박은옥님의 cd였어요.
    첫눈에 반한 것은 그냥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 씨디는 지금껏 함께이니.. 사람인연보다 노래인연이 더 질겨요 ^^
    지금 그 씨디가 돌고 있어요. 그렇잖아도 듣고 싶던 참이었는데 이 글이 눈에 띄더라구요. ^^
    은사님과의 재회가 영화같고, 정태춘 박은옥 두 분의 부부의 정이, 말 그대로 동반자구나 싶고,
    우리시대의 바보들이 눈물나고...
    글 참 좋아요. 잘 읽었어요.

    • 은-유 2009.11.10 17:35 신고

      두분의 음악에 멋진추억이 있네요^^ 사람인연보다 노래인연이 더 질기다는 말 동감해요..사랑은 가도 노래는 남으니까..또 노래는 추억과 함께 기억되니까요.

  • smiler 2009.11.12 19:03

    저는 마지막공연에 갔었답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 들더군요. 늘 공연장에서 흘리던 눈물과는 완전히 다른 눈물..
    첫날 갔더라면 은공언니를 만났을수도 있었겠군요^^

    • 은-유 2009.11.12 22:25 신고

      마지막공연을 한번 더 갈까 엄청 망설였는데 갔으면 우리 만날뻔 했네요! 힝~ 보고싶다.. 공연장에 정말 따뜻한 슬픔이 가득 흘렀죠..두분 담에 또 공연하시면 같은 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