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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셋책방

<입속의 검은잎> 도시는 영혼을 잠식한다...2


# 보들레르와 기형도(1960-1989)

모든 대도시가 ‘불행’과 ‘결함’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보들레르가 노래한 ‘파리의 우울’은 ‘서울의 우울’과도 들어맞는다. “1848년 이후의 유럽은 모든 인간적 관계의 외화(外化) 및 물화(物化), 분업, 분해, 엄격한 전문화, 사회적인 연결의 불투명화, 개인의 증대되는 소외와 반항 등의 모순들과 더불어 완전히 발전된 자본주의적 상품생산 세계로 진입하였다.” 6.25 이후 한국사회도 다르지 않았다. 근대화 바람과 개발지상주의 속에서 노동착취와 인간소외의 시동이 걸리던 시기에 기형도는 태어났다. 경제성장의 거센 회오리에 휘말려 함께 성장했고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을 앗아가는 삶을 목도하며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