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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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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안다는 것 무슨 여고생 삼총사처럼 붙어다니는 친구들. 셋이서 서로 챙기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그려졌다. 수업시간 마다 간식이 한 보따리 펼쳐져 있어 테이블이 비좁을 정도였다. 온통 먹고 온통 웃고. 그러면서도 수업이 시작되면 노트하느라 볼펜 굴러가는 소리만 들린다. 그녀들은 대학 때 학보사 친구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반찬봉사를 시작하게 됐고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독거어르신 인터뷰집 원고 최종본을 갖고 나와 만나기로 한 이틀 전, 그녀들은 합숙을 한 모양이다. 셋이 같이 있다면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 건너로 웃음이 굴러가고 '선생님 힘들어요' 잉잉 우는 척하고, 아무튼 왁자했다. 2박 3일 원고를 밤 새가며 읽고 쓰고 고쳤는데, "글이 너무 안 써져서 울었어요" 한다. 무슨 말인가 했다. 아..
인터뷰 강의를 마치고 ‘인터뷰가 사랑의 메신저’ 새해 벽두 일간지를 장식한 제목이다. 어느 남자 배우와 여자 아나운서의 결혼소식인데, 아마도 아나운서가 배우를 인터뷰하다가 정이 싹튼 모양이다. 회심의 미소가 절로 고였다. 평소에 ‘인터뷰는 짧은 연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눈빛을 읽어내려 애쓰는 등 타인의 우주로 진입하려는 소통 의지는, 연애의 기운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전문 인터뷰어는 죄다 바람둥이겠네? 라고 물어서는 아니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운명의 행로를 바꾸는 사랑은, 그렇게 자주 오지 않으므로. 꽃다운 청춘들과 인터뷰 수업을 하게 됐을 때, 사실 난감했다. 연애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 어느 시인은 ‘효모에게 술이 되는 법을 가르칠 수 없듯이 시 쓰기를 가르칠 수 ..
인터뷰 현장스케치 # 술 나는 인터뷰를 사랑한다. 사람 만나서 얘기 듣는 게 좋다. 나는 술을 사랑한다. 사람 만나서 술을 마시는 게 좋다. 그래서 두개의 카드를 한꺼번에 써버리지 않는다. 아깝다. 인터뷰 마치고 가끔 밥 먹자고 해도 대체로 거절한다. 술 따로 밥 따로 인터뷰 따로의 원칙을 고수했다. 이상엽작가 취재 때 5년만에 금기를 깼다. 처음으로 처음처럼 마시며 인터뷰 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연구실 후배까지 셋이 소주 3병. 내가 일점오병쯤 마셨다. 술한모금 메모한줄. 취할만 하면 깼다. 어찌나 아깝던지. 이래서 음주인터뷰가 나쁘다. 취하려고 마시는 술. 취하지 못하니까. 그날 인터뷰 분위기는 좋았다. 화기애애했다. 술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원래 자기정리가 된 사람은, 자기가 삶에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