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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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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 병원 - 외로움 독거친구들이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기 싫고 집에 들어가도 외로움을 달래려 TV부터 켠다고 했을 때 “나는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게 제발 소원”이라고 했다. 진짜다. 동굴처럼 컴컴한 어둠이 기다리는 곳, 체온으로 덥혀지지 않아 풀 먹인 이불호청처럼 약간 서늘한 공기로 세팅된 공간에 들어가서는 오디오랑 스탠드 켜고 한 시간 정도 넋 놓고 앉아있어도 아무도 말 시키는 사람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고즈넉한 일상을 살아보고 싶었다. 자취, 유학, 긴 여행 등 단독거주 기회가 전무 했다. 서울내기에다가 결혼 전에는 엄마아빠오빠가 결혼 후에는 남편아들딸이 집에서 24시간 365일 번갈아 대기상태였다. 군집 동물인 인간이 혼자 고립되는 것도 위험하겠지만 늘 누군가와 동거해야하는 것도, 길어지면 미칠 ..
몰락의 에티카, 그가 누웠던 자리 4월 21일. 시세미나 시즌2 마지막 시간. 봄비 가열차게 내리던 밤. 우리는 아름다운 몰락을 위해 를 읽었습니다. 감기와 시험 등으로 개별적인 몰락을 통보한 바람도리(은미), 단단, 한준이 빠진 빈자리. 오랜만에 형호씨가 등장했습니다. 혜진, 민, 소영이 가로등처럼 환하게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주었고요. 소설과 시 두 마리 토끼를 모는 문학의 여신 은재와 정란, 공교육의 현장 감각으로 시수업의 핵심을 짚어주시는 로코코 고은, 그리고 웃음과 활력에너지 원천 공대생 예술인 두부가 함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날도 어김없이 홍차 캔음료 데자와를 든 어린왕자 규빈이 간신히 착지하였습니다.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이 아니면 달리 살줄 모르는 자를. 신형철 평론집 애피그램으로 쓰인 구절이고 출처는 니체의 서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