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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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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따라 남고에 가다 남고를 처음 가봤다. 생후 40년 만에. 운동장에는 푸르딩딩한 수박색 추리닝을 입은 남학생들이 공을 차고 있다. 인조잔디가 깔리지 않은 흙바닥에 구름먼지가 인다. 전봇대만한 아이들의 그림자가 뒤엉킨다. 완전 어른이구나. 남고가 꼭 ‘군대’같다고 생각한다.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강당으로 간다. 넓은 공간이 꽉 찼다. 평일 오후인데 양복차림 남자가 많다. ‘요즘은 아빠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다더니 이런 자리에도 온단 말인가’ 새삼스럽다. 스크린이 내려오고 복잡한 도표와 통계치를 내민 입시현황을 보고한다. 서연고 정원이 몇 명 인서울 이과 문과 정원이 각각 몇 명. 그래서 우리학교 전교에서 몇 명이 서울소재 대학을 진학한다는 말씀이다. “이과는 2.5등급까지 경기권 대학에 들어갑니다. 문과보단 훨씬 ..
아들의 채식주의 선언 # 먹는 것도 윤리학 열 살때부터 아침에 삼겹살 구워먹고 등교하던 아들이 며칠 전 폭탄선언을 했다. “엄마, 저 앞으로 고기 안 먹을래요.” “왜?” “학교에서 다큐멘터리 봤는데 너무 끔찍해서 못 먹겠어요.” “오~ 아들, 네가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엄마는 대환영이다만...진짜야?” “네!” “결심 단단히 해라. 우리나라에서 소수자로 살아가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란다..” 사실 난 믿지 않았다. 작심삼일이겠거니 했다. 근데 제법 완강하다. 아침에 고기먹고 저녁에 고기가 없으면 "반찬이 이게 다에요?"라며 못내 아쉬워하고, 여섯 살 아래 동생이랑 유치찬란하게 지우개 만한 고기 살점 놓고 쟁탈전을 벌이던 놈이다. 그런데 김치찌개에 야들야들한 돼지고기가 들어가도, 갈색의 윤기 도는 불고기가 있어도 젓가락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