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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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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플 비혼, 너에겐 친구가 있잖아 전주에는 친구 봄봄이 산다. 봄봄은 5년 전 전주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내가 하는 글쓰기 강좌 16주 과정에 참여했다. 비혼 여성 공동체 ‘비비’를 운영하는데 강의료와 교통비를 동료들이 지원해주어 자기가 ‘대표’로 유학 오는 거라 했다. 그녀의 자기소개는 멋지고 대단하게 들렸다. 수업에 오는 기혼 여성 중 일부는 (자격증도 나오지 않는) 자기 공부를 위해 돈과 시간을 쓴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갖거나 배우자를 설득하기 곤란하다는 고민을 터놓곤 했다. 그렇기에 봄봄이 들려주는 고만고만한 일상을 넘어선 삶, 결혼 제도 바깥에서 이뤄지는 존중의 반려 관계는 듣는 것만으로도 숨통을 틔워주었다. 봄봄은 멀리서 오는 사람이 으레 그렇듯 가장 먼저 강의실에 와 있었다. 늘 수줍게 웃었고 성실히 글을 써냈다. 십년지기 네댓..
기러기/ 메리올리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 메리 올리버 '기러기' 김연수장편소설 표제시 직감이라는 것.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