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의집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깨어나기 컨베이어벨트 돌아가듯 날마다 원고 찍어내던 때가 있었다. 재봉틀 드르륵 박고 (문장을 쓰고) 단추 달고 (제목 달고) 끝도 없이 나오는 실밥 뜯고 (교정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저물었다. 이젠 그 짓을 못하게 됐다. 몸이 녹슬었다. 아주 다행이다. 쉽게 글이 써진다는 사실이 반은 대견하고 반은 수치였다. 익숙한 생각, 진부한 표현들을 국수 가락처럼 쭉쭉 뽑아낸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노동을 통해 생산에 참여하고 아이들 입에 밥을 넣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그래서 아무 것 아닌 정지의 느낌. 인생은 너무 길다는 한탄이 나를 지배했다.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잠든 것도 아닌 불면의 감각으로 일 년 쯤 산 것 같다. 나 이제 사보에 글 쓰는 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