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방황이 끝나갈 무렵 어느 토요일 오후. 밖에 있는데 꽃수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집에 오니까 가스레인지에 불이 켜져서 수레가 껐어. 뚜껑을 열려고 행주를 댔더니 치익~ 소리가 나서 무서워서 안 열었어.” 그 얘길 듣고서야 불현 듯 가스불을 켜던 순간이 생각났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올려놓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국도 아니고 찌개도 끓이지 않았다. 도대체 가열해서 요리할 것이 없는데 뭘까? 집에 가서 냄비를 보고서야 알았다. 오랜만에 보리차를 끓인다고 물을 한 냄비 가득 올려놓았음을. 냄비가 외롭게 몸을 데우다가 태우고 있었을 시간을 헤아려보니 무려 1시간 반이다. 냄비가 잿빛으로 변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불이 났을까. 그 생각을 하자 한숨이 나왔다.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나의 허술함을 개탄하는 한숨이다. 이틀 동..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