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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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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와 사적소유 그리고 존재의 빈곤 * 소외와 사적 소유 는 경제적 개념(사적 소유/노동/자본/토지)과 철학적 개념(소외)을 절묘하게 엮은 대단한 역작이다. 맑스는 과학은 발생을 설명해야 한다고 봤다. 즉 무엇이 어떻게 산출됐는가를 따지고 든다. 국민경제학은 사적소유라는 사실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에 대한 개념적 해명은 없다. 왜 어디서 ‘사적 소유’가 발생했는가 묻지 않는다는 것. 맑스는 사적소유를 전제가 아닌 산출물로 다뤄야한다고 보았다. 심연을 파헤쳐 근거의 근거없음을 폭로하는 이 같은 작업은 니체의 계보학 작업과 유사하다. “노동자는 부를 보다 많이 생산할수록 더 가난해 진다.” 이 역설적인 사실에서 맑스는 출발한다. 사물 세계에서 가치증식이 이루어질수록 인간세계의 가치절하가 비례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에 대해 헤겔의 철학적 개념 ‘소외’..
슬픈 자본론 사실, 자본론 서문 읽고 가슴이 먹먹했다. 당황스러웠다. 다 읽기도 전에, 내용이해도 충분치 못한 책에 슬픔으로 반응하는 이 과도함이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았다. 왜 슬프냐고 물어보면 딱히 펼칠 논거도 없다. 막연한 느낌인데, 내 아무리 낭만주의자이지만 어려운 공식 잔뜩 들어있는 자본론 읽으면서 이런 기분이 들줄 몰랐다. “우리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에 의해서 뿐 아니라 그 발전의 불완전성에 의해서도 고통을 받고 있다.” “한 사회가 비록 자기 발전의 자연법칙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자연적인 발전단계들을 뛰어넘을 수도 없으며 법령으로 폐지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사회는 그러한 발전의 진통을 단축시키고 경감시킬 수는 있다.” 서문에 나온 저 문장들을 보고 맑스의 따뜻한 감수성에 감동했다. 맑스가 자본주의에 ..
교환과정, 가치존재는 사회존재다 을 읽는 방법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보라고 고병권샘은 권유했다. 첫부분은 맑스가 시장을 걷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자본주의가 발현되는 곳이다. 시장에 갔더니 수많은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팔고 산다. 구두와 밀은 재료도 쓰임도 다른데 그것들이 상호 교환된다. 그럴 때 저들의 교환이 이뤄지는 기준은 무엇일까. 등등 맑스는 예리한 눈으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은 것들에 의문을 가지며 유심히 관찰해본다는 설정이다. “상품교환은 공동체의 경계선 즉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 또는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과 접촉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물건들이 한 번 공동체의 대외적 관계에서 상품으로 되기만 하면 그것들은 반사적으로 공동체 안에서도 상품으로 된다.” (113) 교환은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공동체 안이 ..
자본주의의 세포 '상품' ‘왜 노동자는 죽도록 일해도 가난한가’ 이것이 맑스의 문제의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맑스는 1818년생이다. 영국의 수공업자와 노동자들의 기계파괴운동이 1811년에 발생했다. 격동기에 태어난 맑스는, 산업혁명으로 기계를 통한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대하던 시대를 통과했다. 공업생산을 통해 ‘부’가 증가하고 ‘신분’중심 사회에서 ‘부’중심의 사회로 변화했다. ‘좋은 신분’ 대신 ‘많은 부’가 사회의 작동원리가 됐다. 부의 획득방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 정치경제학이 탄생했다. 자본론은 ‘정치경제학비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맑스는 이 ‘부의 학문’을 비판하기로 한다. 왜? 부가 생산되는 그 관계로부터 빈곤과 착취가 생산된다는 것을 맑스는 간파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전과 달리 필요한 것은 시장에서 구..
<개념정리> 욕망하는 신체의 정치경제학 # 복합적 신체 노동자들이 자본가의 착취에 대항해 ‘우리가 기계가 아니다’ 라고 외치는데 기계가 맞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노동자는 비유가 아니라 실재로 산업기계의 이지적 기관이다. 인간이 어쩌다가 산업기계의 부속이 됐을까. 자본의 욕망(리비도) 때문이다. 자본은 자기 몸집을 불리기 위해 인간을 손으로, 화폐를 혈액으로 삼아 생산물을 낳는 신체다. 자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욕망하는 신체는 단일체가 아니라 복합체이고 기계처럼 작동한다. 욕망의 흐름 속에는 인간과 기계, 사물과 동물의 구별없이 모두 접속하여 네트워크 형태의 신체를 구성한다. 즉, 하나의 부분-기관이 항상 다른 부분-기관에 연결되면서 형성되는 리비도적 신체이다. 어떤 욕망의 흐름을 생산하고 어떤 흐름을 절단-채취하는지에 따라 신체는 매번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