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오면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또 비가오면 / 이성복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살 속으로 물이 들어가 몸이 불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빗물이 눈 속 깊은 곳을 적시고 귓속으로 들어가 무수한 물방울을 만들어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발밑 잡초가 키를 덮고 아카시아 뿌리가 입 속에 뻗어도 어머니, 뜨거운 어머니 입김 내게로 불어온다 창을 닫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빗소리,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 이성복 시집 문학과지성사 “아침에 눈 뜨면 내가 오늘은 또 왜 깨어났나 싶다. 밥만 축내기 위해서 사는 거 같고. 이대로 가면 좋겠는데...” 어머님 대사다. 지난해부터 부쩍 심약해지셨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연세가 칠십 중반이시다. 그 나이는 누구에게도 예정에 없던 나이일..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