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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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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동무 쓰던 번호 그대로. 십년이 넘었다. 핸드폰 개통 당시 번호를 지금껏 쓴다. 딱히 바꿀 기회가 없었다. 얼마 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때 친구다. 혹시나 해서 연락했다면서 대뜸 타박이다. “야! 아직도 016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 옛날 애인한테 전화 올까봐 번호 못 바꾸고 있냐?” “흐흐. 말만 들어도 행복하다. 그런 낭만적인 일이 생기면 참 좋겠구나.” 모처럼 이년저년 해가면서 한참 수다를 떨었다. 말이 씨가 된 걸까. 며칠 후. 옛날 애인은 아니고 예전에 가까이 지내던 선배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내친 김에 만남까지 성사됐다. 3년만의 재회. 우리는 방금 전화 끊고 만난 사람처럼 따끈따끈한 대화를 이어갔다. 좋아하는 선배다.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떨어져 지내면 잊어버린다. 문득 보고 ..
<동무론> 서늘하고 위험한 관계 친구란 무엇인가. 아니, 어떤 관계가 친구인가. 어느 한 시절을 인연으로 친구가 되긴 쉬워도 오랜 세월 ‘좋은 친구’로 지내기는 어려운 거 같다. 삶의 조건, 가치관 등 사람은 계속 변하니까. 나도 변하고 상대방도 변한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같은 신체 상태와 감정의 파장으로 합을 유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친구는 이심전심 잘 통해야하지만 너무 똑같고 마냥 편하기만 해도 재미없다. 나를 보는 거니까. 거울을 쳐다보고 독백하는 '거울놀이'는 얼마 못가서 싫증나게 마련이다. 무릇, 벗이란 다양한 스펙트럼의 세계를 열어주어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존경할 만한 면이 있어야 한다. 서로의 존재를 열어 밝히고 삶을 고양시켜주는 고마운 존재가 벗이다. 니체는 이를 창조하는 벗이라고 말했다. 니체는 벗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