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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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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 무리짐승이니까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묻는 질문을 구별하려는 노력, 이것이 언어의 순결함이다. 사실이 먼저 있은 후에 의견이 있을 뿐이다. 사실이 여론을 이끌고 가는 세상이 민주주의다. 여론이 사실을 뭉개버리는 세상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 김훈, 김훈의 지적대로, 우리는 여론이 사실을 뭉개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여론몰이의 일등공신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부패언론과 일신의 안락과 소비의 삶을 부추기는 영혼 없는 공중파 방송이다. 여론의 힘으로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업은 이명박이 ‘다수결’로 대통령이 되고, 이미지 정치에 힘입어 콘텐츠가 부실하기 그지없는 박근혜가 ‘여론조사’에 따라 차기 대통령 후보 1위로 꼽힌다. 파업은 국가경제의 기반을 흔든다는 여론, 노무현은 말을 함부로 한다는 여론, 이혼가정 아이들..
자유롭기 위해서는 '확실성의 요구'와 결별하라 "한 인간이 삶을 꽃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신앙을 필요로 하는지, 흔들리지 않기 위해 고수해야할 ‘확고함’을 얼마나 많이 필요로 하는지가 그가 지닌 힘의 (그의 약함의) 척도이다... 인간은 신앙의 명제를 수천 번이라도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한, 언제라도 거듭해서 그것을 진리로 여길 것이다. 신앙, 기둥, 버팀목과 지지대에 대한 요구, 나약한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의지가 결여된 곳에서는 언제나 신앙이 가장 커다란 갈망과 가장 긴급한 필요의 대상이 된다. 나약한 본능은 비록 종교, 형이상학, 모든 종류의 확신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보존하기는 한다... 다시 말해 명령할 줄 모르는 자는 그만큼 더 간절하게 명령하는 자를 갈망한다. 신, 영주, 신분, 의사, 고해신..
자신을 가변적인 양으로 보아라 아침놀4 - 피그말리온의 미학을 요구한다 ‘그것 자체’는 없다. 그 자체로 선한 것,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그 자체로 고상한 것, 그 자체로 악한 것은 없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그 물음은 하나의 답만을 강요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아름다움인가 물어야 한다. ‘무엇’은 고정이고 ‘어떤’은 생성이다. 아름다움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배치와 접속에 따른 생성이다. 한 여성이 자신의 일과 만났을 때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지만 가부장 질서에 배치되었을 때는 남편의 내조를 못하는 나쁜 여자가 되고 만다. 어느 위치에 서느냐에 따라 진리는 달라진다. 예술도 마찬가지. 좋은 예술에 하나의 진리모델이 있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예술가를 통해 바라는 게 다르다. 논리적 사고를 즐..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먼 존재다 아침놀2- # 행복을 위한 도덕비판 니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행복조차 배워야하는 짐승이라고. 그런데 반박할 수 없었다. 나부터도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을 잘 모른다. 어제에 등 떠밀려 오늘을 산다. 우리는 사는 게 서툴다. 그러니 그저 태어나서부터 자신에 대해 숙고할 틈도 없이 남들 가는 길만 열심히 따라 간다. 우르르 영어학원 가고, 특목고 대비반 등록하고, 우르르 한의대 지망하고, 우르르 판교 분양받고, 우르르 꽃남 기다리고, 우르르 워낭소리 보러 극장에 몰려간다. 남들 사는 대로 사는 게 속편한데 그 조차 쉽지 않다. 그럼 인간은 행복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까. 니체는 “개인이 행복을 바라는 한, 그에게 행복에 이르는 길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고병권 인문학자 - 니체적인, 너무나 니체적인 이른 아침, ‘연구공간 수유+너머’ 카페는 텅 비어 있다. 음악도 없고 사람도 없는 그곳은 얼핏 영화 의 첫 장면처럼 스산했다. 커다란 창문만이 초여름 흐린 공기와 서울풍경을 덤덤히 담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왔다. 주인 없는 카페. 그래서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카페에서 그는 서툰 솜씨로 커피를 갈고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커피를 잘 내리는 사람이 해준 맛있는 커피를 먹고는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직접 해 먹기도 합니다. 뭐든지 그런 거 같아요. 잘 하는 사람을 통해 진짜 맛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잖아요.” 어쩌면 그는 커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서 ‘커피’ 대신 ‘니체’를 넣으면 고스란히 고병권이 설명된다. 니체라는 쓰디 쓴..
책에게 앎을 묻고, 앎에게 삶을 묻다 # 좋은 책..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요. 읽고 나서 눈동자가 깊어지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누군가의 글을 본적이 있고, 그 정의에 동의합니다. 좋은 책을 통해 좋은 앎을 이루었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제 공부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공부를 할수록 자신의 가치척도만 날카롭게 다듬어져 예민하고 오만해진다면, 그래서 이사람 저사람 자신의 잣대로 찌르고 가치평가 해대는 도구로 쓴다면 그것은 좋은 앎이 아니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공부가 사람을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 부당한 것에 분노하고 저항할 줄 안다는 것 등등 모든 삶의 경구를 지켜나가자면 엄청난 지혜와 섬세한 기예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과는 달리 치열함과 이해..
니체는 말했다, 고통에 대한 처방은 고통이다 # 고통, 현대인의 염세주의와 과민증 ‘왜 사는가? 모든 것이 덧없거늘...’ 살다보면 한 번씩 인생 전체가 의문으로 빠져들곤 한다. 대개 고통스러울 때 그렇다. 질병, 죽음, 궁핍, 실패, 이별 등등 수백 가지 이유로 우리는 고통의 나락에 굴러 떨어진다. 고통은 아프고 괴롭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날 궁리에 낑낑대다가 그만 힘에 부치면 삶을 통째로 부정해 버린다. 사람들은 또 삶에 큰 고난이 닥치면 죄의식에 시달린다. 자신의 지난 행적을 돌이켜보며 ‘죄’가 될 만한 일들에 대한 식별작업에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고통의 원인을 ‘죄’의 탓으로 돌린다. 급기야는 이 세계가 죄로 가득 차 있고, 천국은 오직 저 세계에만 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는 ‘삶-고통-죄-심판’의 도식으로, 인류역사에 2천년을 지배..
니체는 물었다, 더 일하면 더 행복할까. 사람은 누구나 일하고, 행복을 원한다. 또 세상은 '신성한 노동'으로 일궈가는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도 행복은 따라잡기 버겁다. 왜 그럴까. 원점으로 돌아가 살펴보자. 노동은 신성한가. 행복의 척도는 무엇이며 누가 결정하는가. 삶의 목적은 과연 행복일까. '신의 피살자' 니체는 노동과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니체는 일찍이 노동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노동과 전쟁을 벌이고 자신의 의지에 따른 고귀한 삶을 살라고 말했다. 니체. 그가 아무리 전승되어 온 모든 것에 의심의 눈길을 던지는 철학자라지만 노동의 '성역'까지 파고들 줄이야. 니체는 왜 노동에 의혹과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을까. 니체는 우선 '노동의 존엄성'이라는 근대의 개념적 환각을 비판한다. 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