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의 말
할 말 못할 말, 들을 말 못 들을 말. 찬란한 말, 쓰라린 말, 참담한 말, 간절한 말, 희미한 말, 비정한 말, 흔드는 말, 맴도는 말, 다정한 말. 사는 동안 숱한 말의 숲을 통과한다. 도무지 그 말이 어려워 서성이기도 했고, 그 말에 채여서 주저앉기도 했고, 그 말이 따스해 눈물짓기도 했다. 그렇게 추억이란 말의 기억이다. 그리고 어느 시인의 말대로 모든 흔적은 상흔이다. 말끔한 잊혀짐은 없다. 누렇게 곰팡이 쓴 말들과 소화되지 않은 말들을 껴안고 한 평생 살아간다. 가끔 텅 빈 몸에서 말의 편린들이 덜컹거리면, 외로운 몸뚱이 안에서 들려오는 그 인기척이 반갑기까지 하다. 어느새 정이 든 게다. 9월의 드높은 하늘을 보니 점쟁이의 말이 떠오른다. 역술인 혹은 무속인. 신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그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