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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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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에 가다 그곳이 조금 쓸쓸해졌을 때 가려 했다. 피서철 해운대처럼 인산인해를 이룰 때는 굳이 가지 않아도 좋았다. 그곳이 마른 겨울 논처럼 적막할 때 한 번 찾아뵈려 했다. ‘언제 한 번 보자’라는 말로 전화를 끊은 것처럼 마음의 숙제로 남겨두었던 참이다. 친구가 모임에서 간다기에 내 자리도 하나 마련해 달라고 냉큼 부탁했다. 원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낡은 편지 하나 손에 쥐고 어릴 때 헤어진 아비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딸이 되어 기웃기웃 그 마을길을 홀로 걷고 싶었는데... 현실계에서 가능한 일이 적어질수록 영화적 상상력만 발달한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시댁식구들과 성묘를 마치고 귀경길, 천안 시내에 내렸다. 조신한 맏며느리에서 바람의 딸 유목민으로 모드변환. 내가 사랑하는 내가 되어 천안아산역에 당도했다..
사랑의 편지 / 유하 - 빛을 구할 데는 마음밖에 없나니 - 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7 어둔 밤, 페달을 돌려 자전거 전등을 밝히고 사랑의 편지를 읽는 사람아 그 간절함의 향기는 온 땅에 가득하기를 사랑은 늘 고통을 페달 돌려 자기를 불 밝힌다 자전거의 길을 따라 어떤 이는 와서 그 빛으로 인생을 읽고 가기도 하고 구원을 읽고 가기도 한다 그대, 부디 자전거가 가는 길로 사랑의 편지를 부쳐다오 세상의 유전이 다하고 암흑이 온다 해도 빛을 구할 데는 마음밖에 없나니 나는 나를 불 밝혀 그대 편지를 읽으리라 - 유하 시집, 중에서 '내 설움에 겨워서 우는 거지 뭐. 죽은 사람 위해 우나'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엄마의 절친 아줌마가 한없이 목놓아 울면서 하신 말씀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막 울고 싶을 때 초상집에 가서 울고 오면 티도 안 나고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