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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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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장애인야학 김호식을 추모하며 "호식이 형이 프리지아 받고 정말 좋아했어요. 태어나서 꽃 처음 받아본다고." 오늘 저녁 노들장애인야학 김호식 학생 추모제에 갔다. 김호식은 2011년 봄에 만난 나의 인터뷰이다. ( 202쪽에도 내 편견을 깬 멋진 인터뷰 사례로 등장한다.) 그때 내가 꽃을 사갔는데, 그 꽃을 많이 좋아했다고 당시 활동보조였던 친구에게 오늘 우연히 전해들었다. 그게 벌써 5년전 봄의 일이라는 것도,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실감 없다. 지천에 봄꽃 만발했는데 한묶음 꺾어 건넬 수도 없는 곳으로 그가 갔다. 시인 이상 말대로 '지상의 사람 바뀐다는 것은' 얼마나 기이하고 슬픈 일인가. 철학 수업을 유독 좋아하고 루쉰과 니체를 좋아했던 그가 인문학 강좌를 들으며 아래와 같은 소감을 남겼단다. 철학이 '세상을 살아..
김호식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 루쉰에 빠지다 서울메트로 4호선 수유역. 당고개행 열차 종착역 부근이다. 마을버스로 네다섯 정거장 더 들어간다. 횡단보도 앞에 꽃집이 반갑다. 노란 프리지어를 한 묶음 들고서 골목 안쪽 뻥튀기 가게를 기웃거린다. 온갖 종류의 옛날 과자와 추억의 난로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주인을 부르자 아저씨가 어디선가 한달음에 달려온다. 아직은 CCTV가 아닌 불 꺼진 난로가 빈 가게를 지키는 동네, 한적한 주택가 지하 셋방에서 김호식은 ‘루쉰’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식은 뇌병변1급 장애인이다. 학습활동보조인 노규호의 도움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책을 읽는다. 커다란 모니터에 스캔한 책 파일을 띄워놓고 한 줄 한 줄 따라가며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날은 루쉰 산문집 제3장 ‘유화진 군을 기념하며’를 읽을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