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민정,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여의도에서 잠실로 가기 위해 좌석버스 30번을 탔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는 신문을 폈다. 오후 2시의 햇살이 고흐의 노란 빛깔로 가닥가닥 쏟아져 들어왔다. 강물이 반짝이고 활자가 흔들렸다. 몸이 노곤노곤 해진 나는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미세한 기척에 부스스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문이 손에서 떨궈져 담요처럼 무릎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신문과 다리의 틈에서 무언가가 뱀처럼 스윽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신문을 들추자 옆 사람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각 잡힌 감색 양복의 뒤통수를 보고서야 옆자리에 남자가 앉아있었음을, 내 생살 위로 미끄러지던 뱀은 그자의 손이었음을 알아챘다. 순간, 목덜미를 잡아채고 손모가지를 비틀기는커녕 나는 뇌부터 발끝까지 굳어갔다. 혀도 뻣뻣하고 심장만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