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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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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쓴 번역투를 알고 있다 수유너머에서 공부하는 연구원들은 생계수단이 크게 두 가지다. 대학이나 학원에서 강의하기 그리고 책 쓰거나 번역하기. 나의 스승이자 동료인 박정수도 대학에 출강을 나가고 지젝이랑 라캉 책을 몇 권 번역했다. 처음에 그에게 배울 때 강의안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철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문체의 꼬임이 거슬렸다. 한국어이지만 번역이 필요했다. 집에 와서 강의안을 ‘나의 언어’로 바꿔가며 정리하고 이해했다. 그는 국문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명색이 국문학도가 왜 이러나 싶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문체얘기가 나왔다. “내가 예전엔 김훈 글을 읽을 때는 김훈 문체처럼 됐는데 책 몇 권 번역하고 났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번역투로 문체가 변하더라고. 큰일이야~^^;” 다행히도 박정수는 '아빠가 쓰는 육..
수미일관, 작은 주제로 밀고가라 몇 년 전 11월, 이 달이 가기 전에 꼭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난 종교가 없다. 낭만진리교리에 따른 것이다. 우천시 음주처럼 11월에 장기기증. 왠지 조화로워서 그랬는데 나의 사치가 무근거한 의식은 아니었나 보다. 천주교에서 11월이 위령성월이라고 한다.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달. 서울 합정동 절두산 성지로 취재를 가면서 알았다. 그곳은 순교성인 이외에 일반인의 납골당도 있다. (우리엄마도 여기에 계시다) 죽음을 생각하는 삶의 장소로 절두산 성지를 택한 것이다. 글을 써야한다. 소재가 많다. 11월, 죽음, 절두산 성지, 일반신도 납골당 부활의 집 소개, 사람들이야기. 이것들을 버무려 원고를 써야 한다. 난관이 예상된다. 일단 죽음이란 주제가 너무 크다. 어둡고 심오하고 방대하고 한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