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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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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어쩌자고,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운데 뻔뻔하게 일을 저질렀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글쓰기 수업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세상에 내놓습니다. 언제 이 세상을 떠나도 여한이 없도록, 가진 것은 좋은 것일수록 얼른 내려놓고 매듭 하나씩 묶으며 살자는 마음에 따랐습니다. 황제펭귄 책이랑 도시기획자들은 제가 인터뷰어로서 작업한 것이고, 올드걸의 시집은 블로그에 쓴 글을 모아서 냈고, 실제적으로 출간을 염두에 두고 집필에 몰두한 것으로는 첫 책입니다. 그래서 더 민망합니다. 제 부족함은 같이 공부한 학인들의 말들과 숨결로 메웠습니다. 황송하게도 홍세화선생님이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온갖 좋은 말은 다 넣은 나의 책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해봅니다. 목차 나는 왜 쓰는가 들어가며 :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쉬임없이 그짓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어느해 봄이던가, 머언 옛날입니다.나는 어느 친척의 부인을 모시고 성 안 동백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부인은 그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부분이 어딘가를아시기나 하는듯이 앉어계시고, 나는 풀밭위에 흥근한 낙화가 안씨러워 줏어모아서는부인의 펼쳐든 치마폭에 갖다놓았습니다.쉬임없이 그짓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그뒤 나는 연연히 서정시를 썼습니다만 그것은 모두가 그때 그 꽃들을 주서다가 디리던-그마음과 별로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제 웬일인지 나는 이것을 받아줄이가 땅위엔 아무도 없음을 봅니다.내가 줏어모은 꽃들은 제절로 내손에서 땅우에 떨어져 구을르고 또 그런마음으로밖에는 나는 내 시를 쓸수가 없습니다. - 서정주, 쉬임없이 그짓을, 지난주도 되풀이 하였습니다.우리가 글쓰는 마음도 이 마음과 같지 않..
9차시 리뷰-몸으로 읽다 '소년이 온다' 앓이 소년이 온다 ‘앓이’를 했던 수업이었습니다. 타인의 고통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문학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귀합니다. 스크린을 통해 전시되는 무력한 피사체가 아닌 (혼령이 되어서도) 할 말 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는 시간. 그 꿋꿋하고 집요한 응시는 분명 손쉬운 애도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값진 게 아닐까요. 좋은 문학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일깨우는 작품이요. 아무튼 온몸으로 소년이 온다를 읽는 여러분들에게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마워요. 같이 있(읽)어주어서요. 오늑 영화 내용정리가 명쾌하네요. 가해자의 말과 대비되는 피해자 증언으로 를 접근했습니다. 이 소설도 위의 영화처럼 간략한 요점 정리가 되어야 책을 안 읽..
8차시 리뷰_섬세한 몸부림이 필요한 시간 글을 쓰면서 자기 느낌과 자기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고 풀어내는 일은 용기와 의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작업을 수행하면서 뭔지 모를 괴로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를 지나고 있는데, 이런 기분, 조금씩 움찔거리고 달라지는 마음의 결을 계속 글로 계속 풀어보는 것, 그러면서 다른 내가 되는 것이 글쓰기가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치)박연준의 시어를 계기로, 그간 마음에 불편함을 안겨주고 고개를 돌리게 하고 반면교사로 삼게 했던 험한 말들의 사적 경험을 열거했습니다. 김기덕 영화, 중학교 시간강사 생활, 고2 체벌 경험, 동서와 시동생 사례. 개인적 삶에서는 자연스레 뒤섞인 이야기지만, 글쓰기라는 작업은 그런 무질서한 일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위의 사례를 예술 (박연준 시와 김기덕 영..
7차시 리뷰-글은 삶을 배반하지 않는다 (스콜라스티카)‘거리의 음악’과 ‘무대의 음악’에 관한 비교. 음악이 감상하는 것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좋습니다. 리어카 테이프 추억은 감칠맛 나고요. 분명한 문제의식과 입장이 있는 글입니다. 이것이 칼럼이 되려면 적당한 콘텐츠가 제시되어 글의 객관성을 높여주어야 하겠죠. 무대의 음악의 문제점 지적이 다소 취약해보여요. 감상보다 평가 위주의 무대이긴 하지만, 거기 나온 노래가 음원 챠트를 휩쓸고 그런다는 기사도 본 거 같아서요. ‘한 번도 같이 흥얼거려본 적이 없는 노래가’ 라는 표현은 위험하죠. 너무 이분법으로 단순화 시킨 건 아닌가 싶습니다. 글이 점점 명료해지고 있어요. 특유의 조단조단 유유자적 멋스러운 문체가 있으신데 그게 자칫 늘어지게도 합니다. 글의 균형 잡기에 주력해주세요. ..
6차시 리뷰- 에움길로 돌아돌아 “나도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수업시간에 공통적으로 호소하셨죠. 글이 삼천포로 빠지고 주제와 논점을 이탈하고 마무리가 안 된다고. 원래 그럽니다. 사는 것도 그렇지 않던가요. 비냉 먹으려고 했다가 물냉 시키듯이; 암튼, 저는 글에 문제의식 담는 비법?을 족집게로 집어드릴 수 없고 능력도 안 됩니다. 제가 아는 거라곤 책 읽고 공부하고 글 쓰고 밖에 없어요. 그리고 방법을 알아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부의 결과물로 (나만의) 방법이 나오는 거거든요. 특히 창작분야는 그래요. 쉽게 빠르게 얻어지는 것은 내 것이 아닌 경우가 많죠. 암튼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겁니다. 우직하게 오늘도 한 걸음 내딛었고 다음 주도 한 걸음 내딛고. 같이 최소한 열두걸음 가는 겁니다. (상상)같이 동행했네요. ..
5차시 리뷰 - 삶의 발화로 그간은 ‘기억의 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삶의 발화’ 단계로 넘어가야할 때입니다. 기억이 말하는 것과 삶이 말하는 것(피어나는 것)은 같기도 다르기도 합니다. 앞에 것이 기억의 방에서 꺼낸 정보와 사실 위주라면 뒤에 것은 삶에 대한 숙고와 진실 차원입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이 질문을 말풍선으로 띄워놓고 글을 써보세요. 글이 사적 고백을 넘어서 공적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요. (스콜라스티카) 아버지의 예민함을 설명한 부분이 생생하게 와 닿네요. 특히 맞춤법 부분은 매우 놀라운데, 아버지가 국어선생님이신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와 계기로 토시 하나까지 점검하시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예민함은 감각의 영역이거든요. 아버지처럼 태도의 영역은 ‘깐깐..
4사시 리뷰 - 좋은 제목 좋은 글 노래 – 상처가 아문다는 것 글의 짜임새와 완결성만으로는 지금까지의 글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한 호흡에 읽히고 흥미진진합니다. 그는 멋진 지도자가 되고 싶고 최소한 비겁하기 싫은 청춘이었고, 책과 씨름하던 어느 여름 날 충동적으로 사고를 쳤는데, 그 사고가 그의 삶에 중요한 사건이 되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사건 이후 변화에 대한 정보와 해석이 많이 부족합니다. ‘살아내니 잊혀지더라’는 마무리는 맥이 탁 풀리고요. 그렇게 잊혀졌다기엔 앞글이 너무 생생하니까요.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상처는 아문다?) 한 줄로 정리가 안 되는 애매함이 있습니다. 마지막 단락 수정해보세요. 오늑 – 헤어 나올 수 없는 망각 ‘부서지지 않는 암흑’이 뭘까 한참 생각했습니다. 빈틈없는 어둠. 완고한 상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