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몹쓸 동경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몹쓸 동경 / 황지우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 그대를 지나쳐왔다' 그대의 편지를 읽기 위해 다가간 창은 지복이 세상에 잠깐 새어들어오는 틈새; 영혼의 인화지 같은 것이 저 혼자 환하게 빛난다. 컴퓨터, 담배갑, 안경, 접어둔 화집 등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천장에서, 방금 읽은 편지가 내려왔다. 이데올로기가 사라지니깐 열광은 앳된 사랑 하나; 그 흔해빠진 짜증스런 어떤 운명이 미리서 기다리고 있던 다리를 그대가 절뜩거리면서 걸어올 게 뭔가. 이번 생에는 속하고 싶지 않다는 듯, 모든 도로의 길들 맨 끝으로 뒷걸음질치면서 천천히 나에게 오고 있는, 그러나 셀렘이 없는 그 어떤 삶도 나는 수락할 수 없으므로 매일, 베란다 앞에 멀어져 가는 다도해가 있다. 따가운 후두음을 남겨두고 나가는 배; 그대를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하여 그대를 지나쳐왔다. 격정 시대를 뚫고 나온 나에..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