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에로스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먼지 혹은 폐허 / 심보선 '단 하나의 완벽한 사랑이었네' 8 내가 원한 것은 단 하나의 완벽한 사랑이었네. 완벽한 인간과 완벽한 경구 따위는 식후의 농담 한마디면 쉽사리 완성되었네. 나와 같은 범부에게도 사랑의 계시가 어느날 임하여 시를 살게 하고 폐허를 꿈꾸게 하네. (그대는 사랑을 수저처럼 입에 물고 살아가네. 시장 하시거든, 어여, 나를 퍼먹으시게) 한생의 사랑을 나와 머문 그대, 이제 가네. 가는 그대, 다만 내 입술의 은밀한 달싹임을, 그 입술 너머 엎드려 통곡하는 혀의 구구절절만을 기억해주게. 오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꽃은 성급히 피고 나무는 느리게 죽어가네. 천변만화의 계절이 잘게 쪼개져, 머무를 처소 하나 없이 우주 만역에 흩어지는 먼지의 나날이 될때까지 나는 그대를 기억하리 - 먼지 혹은 폐허 / 심보선, 시집 완벽한 사랑이 있을까...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