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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 초극의지 돋보이는 브람스의 사랑

[극장옆소극장]
슈만과 클라라. 이런 이름의 커피가 있단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말해줬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커피가 아닐까 싶다. 음악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슈만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독일의 음악가다. 클라라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다. 그런데 클라라 아버지가 음악가로서 장래가 불투명한 슈만을 탐탁치 않게 여겨 6년간 법정 공방까지 거치며 결혼에 성공했다.  


여기에 젊은 음악가 브람스가 등장한다.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 이들 세 사람은 음악이라는 물안에서 마치 커피설탕프림처럼 서로의 삶에 녹아든다. 슈만은 일찍이 브람스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발굴해 키워낸다. 브람스는 당대의 뮤즈 클라라를 동경하고 사랑한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클라라의 곁을 지킨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클래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러브스토리로 알려졌다.  

슈만과 브람스가 사랑한 뮤즈 <클라라>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다. 거장 음악가 세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아침드라마처럼 삼각관계의 링 안에서 욕정과 시기가 들끓다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쓸쓸했을까. 다행히도 사랑은 음악을 배반하지 않고 음악은 사랑을 모욕하지 않는다. 영화는 슈만과 클라라 결혼 이전의 시련은 담지 않고 결혼 이후부터 시작된다. 올망졸망 앙증맞은 자식들 키우는 음악가 잉꼬부부의 삶이 펼쳐진다. 
 

가난한 음악가 브람스는 슈만에게 자기가 작곡한 곡을 봐달라고 가져왔다가 그 집에 머물게 된다. 클라라를 사모하지만 감히 내색하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고 음악 작업을 해내간다.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슈만의 아이들과 강가로 물놀이도 나가고 아이들 모아놓고 헝가리무곡 5번을 치면서 놀아주는 브람스.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방랑자. 유머있고 다정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나대지 않고 선을 넘지 않은 덕에 클라라의 곁을 지킨다.  


슈만이 마약중독으로 죽고 나서야 브람스는 클라라를 안아본다. “이제야 당신을 보는군요” 라는 대사와 함께. 브람스는 클라라를 차지하려고 안달하지 않고도 결국 슈만이 가졌던 모든 것을 승계한다. 음악가로서의 명성, 사랑하는 부인 클라라, 토끼 같은 아이들까지. 그것이 치밀한 계산과 음흉한 책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자기배려의 결과이다. 초극의지가 돋보인 생을 바친 우정!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초월하는 그 어떤 인연을 발명한다고 할까.  

클라라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보통 두 남자 사이에 있는 여자는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면서 남자들 인생을 헝클어버리는 대책 없는 캐릭터로 그려지기 십상인데 클라라는 아니 그렇다. 기품과 열정과 섹시함을 간직한 여신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 영화에 흐르는 음악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브람스는 브람스답고 슈만은 슈만답고 클라라는 클라라답다. 세 사람 누구도 음악과 사랑의 패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영화에서 클라라가 몸이 아픈 슈만 대신 지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남성 악단들이 반발한다. 여자가 지휘하면 관객들이 비웃을 거라고. 그랬더니 클라라가 침착하게 말한다. “좋은 음악을 누가 비웃죠?” 영화를 만든 감독이 헬마 샌더스-브람스다. 브람스의 후손으로 독일의 유명한 여성감독이라고 한다. 파괴보다는 창조의 에너지로 작용하는 여성의 부드러움과 조화로움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음악영화는 물론이요 여성주의적 영화로도 손색없다. 영화 후폭풍으로 브람스 음악을 듣고 있다. 한 평생 한 여인을 바라본 남자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니 온갖 애상이 밀려오면서 더 애틋하고 감미롭다.

(*한편의 뮤비같은 퇴폐적인 모노톤 클래식 연주. 바이올리스트 조슈아벨에게 브람스 열정의 폭발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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