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엄마의 생일파티

[차오르는말들]

#  300원은 사랑을 싣고  

새해 달력을 받자마자 22일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엄마생일을 학수고대하던 딸. 일주일 전 즈음 밖에 나갔다 들어오더니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글쎄 코트 주머니에 돈이 있지 뭐야. 그래서 문방구에서 볼펜 사왔어. 엄마선물로. 포장할 거니까 나 쳐다보지 마.” 나는 용돈도 없는 꼬맹이 주머니에 웬 돈이 있었나 싶어 물어봤더니 자기도 모르는데 400원 있었단다. 그래서 300원짜리 볼펜을 샀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모나미 볼펜이 틀림없군....’

아들이 자기는 해마다 엄마 생선(생일선물)으로 시집을 선물했다고 자랑했다. 이에 자극받은 딸아이가 자기도 시집을 선물하겠다고 한다. 딸아이 분홍지갑에는 이만원이나 들어있었다. 친인척들에게 받은 용돈이 모였단다. 첫아이 그맘때는 용돈이 생기는 즉시 저금해주었는데 둘째는 방목하느라 용돈관리마저 소홀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22날 서점엘 갔다. 분홍지갑 넣은 하늘색 핸드백 둘러멘 딸아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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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 소리꾼 - "나는 기생이여... 일어날 起 날 生"

[행복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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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식물성의 저항’이 느껴진다. 마르고 꼿꼿한 몸에선 소쇄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분자분 절도 있는 몸짓에선 청량한 대숲소리가 난다. 세상을 향한 말걸기는 호기롭고 작은 것들에 대한 연민은 애달프다. 뼈마디를 울리는 칼칼한 목소리는 얼마나 진국인가. “밥 잘 먹고 똥 잘 누면 행복이지 별거여~” 호탕한 일갈로 담박한 행복론을 펴는 장사익. 마흔 여섯에 가수가 된 그는 삶을 온몸으로 받아낸 특유의 절절한 울림으로 장사익만의 ‘소리’를 길러내고 있다. 지난 2월 그를 자택에서 만났다.

‘하늘 가는 길’ ‘찔레꽃’ ‘허허바다’ ‘봄날은 간다’... 장사익의 노래를 듣다 보면 한줌 흙이 만져진다. 촉촉한 땅의 기운. 자연과 살 맞닿음의 확인. 콘크리트에서 나온 음악이 아니다. 필시 그는 자연 속에 거주하리라 추측했다. 예상대로다. 홍지문 부근, 앞으로는 인왕산 뒤로는 북한산 자락에 그의 집이 놓여있다. 남으로 창을 냈다. 벽면 전체가 유리다. 거실에는 둘레의 나무숲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하늘의 기운이 직통으로 쏟아진다.

“햇살이 참 좋은 날이죠. 여기 앉아 있으면 겨울에 불 안 때도 뜨듯해. 햇살 한 자락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 꽃피는 것. 아기들 살이 포동포동한 것. 이게 다 행복이야. 이따 밤엔 정월대보름이 뜨겠죠. 휘영청 달 보고 감동도 하고 그래야지. 요즘 사람들 바쁘게 땅만 보고 사는데 조금만 고개를 들면 행복이 천지야.”

주변의 것들, 무심코 보아 넘기는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행복으로 엮는 장사익. 그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끼는 자세가 바로 행복이라고 말했다. 한참을 하늘에 시선을 두더니 연주가 끝난 악기처럼 잔잔히 읊조린다. “행복은 마음이여, 마음 같어. 가만히 보니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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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물었다, 더 일하면 더 행복할까.

[니체의답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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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일하고, 행복을 원한다. 또 세상은 '신성한 노동'으로 일궈가는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도 행복은 따라잡기 버겁다. 왜 그럴까. 원점으로 돌아가 살펴보자. 노동은 신성한가. 행복의 척도는 무엇이며 누가 결정하는가. 삶의 목적은 과연 행복일까. '신의 피살자' 니체는 노동과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니체는 일찍이 노동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노동과 전쟁을 벌이고 자신의 의지에 따른 고귀한 삶을 살라고 말했다. 니체. 그가 아무리 전승되어 온 모든 것에 의심의 눈길을 던지는 철학자라지만 노동의 '성역'까지 파고들 줄이야. 니체는 왜 노동에 의혹과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을까.

니체는 우선 '노동의 존엄성'이라는 근대의 개념적 환각을 비판한다. 노동에 대한 허영심에 사로잡혀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을 잊고 때로는 노예보다 낫다는 우월감에 취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을 '자기기만의 대가'라고 칭한다. 그리고 묻는다. 노동이 그렇게 숭고한 것이라면 노동으로 피폐해진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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