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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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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존재와 소통하기 # 1. 코뮨은 다양체 매주 화요일에 R식구들끼리 회의를 한다. 이번 주는 금요일 쥐 그래피티 선고 공판, 그 이후 국면 대책을 논의했다. 기소자 2명이 입장이 달랐다. ‘나는 즐겁다 끝까지 싸우겠다’와 ‘나는 피곤하다 이쯤에서 그만두겠다.’ 당사자를 비롯해 남녀로 편이 갈렸다. 그래피티 사건이 법과 예술의 대결구도가 됐고 우리가 잘못한 게 없으니 현장정치 공부도 할 겸 끝까지 가자는 남자들, 지금까지 싸운 것으로 충분하니 지리멸렬하게 끌지 말고 한 명이라도 원하지 않으면 다 같이 끝내자는 여자들. 둘 다 일리 있다. 필요한 지적이다. 그런데 묘했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남자의 무한정복욕망과 여성의 정서공감능력이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주 일이다. 난 회의시간이 다 되어 연구실에 도착했다. 책장의 배치가 ..
정치론- 자연권 스피노자에게 끌리는 점. 위계가 없다.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동일선상에 놓는다. 자연과 인간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벗어났다. (홉스를 잘 모르는 관계로 고병권의 글을 참조했다. 스피노자와 홉스가 확연하게 갈리는 지점이 자연에 대한 태도라는 설명이다.) ‘스피노자에게 자연이 도달해야할 본연의 모습이라면 홉스는 자연을 극복해야할 나약한 상태로 본다. 홉스는 개인은 사회를 구성하는 원자처럼 취급함으로써 인간 본성에 대한 일반적 가정을 내놓는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에서 만인들은 비슷한 본성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반면에 스피노자는 개인을 환원불가능한 단위로 설정할 수 없다고 봤다. 개체는 항상 무수히 많은 부분들로 이뤄진 조성체다. 고정된 원자는 없다. 스피노자에게는 항상 이것이나 저것이 문제되지..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 지젝의 혁명조건 탐색 지젝 덕분에 요즘 ‘혁명’을 자주 접한다. 혁명. 철지난 추억의 7080용어를. 지젝은 모두가 신념을 버린 시대에 신념과 혁명을 주장한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는 미움 받는다. 지젝의 생각을 정리해보자. 지젝의 정치적 기획은 레닌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결합한 국가체제 수립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미지의 타자로 존재하는 상징적 질서 속에서 “인간의 욕망, 그것은 타자의 욕망이다.” 지젝 역시 상징적 질서 속에서 만인은 만인에 대해 미지의 타자이며, 평화로운 이웃들의 이면에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이 욕망의 시장 체제를 초극하는 유일한 방법은 보편적 주체 형식으로서의 국가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모든 작은 타자들을 하나의 총체적 집합으로 통합하는 예외적 큰 타자, 곧 헤겔의 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