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본다는 것은 보고 있는 것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몇 해 전 탤런트 최불암 씨를 인터뷰했다. 실제로 뵈어도 ‘전원일기’ 김회장님처럼 푸근하고 구수한 말투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당신의 연기인생을 회고하면서 이런 말을 터놓았다. “배우는 하얀 도화지여야하는데 나는 이제 신문지처럼 글자가 많은 종이가 된 것 같아요.” 연극무대의 독백처럼 유독 쓸쓸하게 들리던 그 말, 도화지가 아닌 신문지. 그건 그러니까 나였다.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주로 인터뷰를 맡아 했다. 인터뷰는 다른 사람의 삶을 내 삶으로 읽어내는 일이다. 삶을 보는 눈이 있어야하고 들을 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말이 들리지 않았다. 내 몸이 이미 판단들, 생각들, 입장들로 꽉차 들을 수 없는 몸이 된 거 같았다. 몸이 말을 튕겨냈다. 겨우 말이 들어오면 구토감이 났다. 급..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