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평선 / 김혜순 '상처만이 상처와 스민다' 누가 쪼개 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 놓았나 윗 눈꺼풀과 아랫 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성차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 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 김혜순 시집 감탄할 수도, 존경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무능력. 니체의 멋진 말이다. 한 신체의 감응력이 곧 능력이라고 스피노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슬퍼할 수 있음이 능력이라면, 시인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