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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학비판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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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반복과 허무주의 예전에 사보취재 다닐 때 들은 얘기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본사가 부산이었다. 서울 사무소 직원이랑 취재를 마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무 생각 없이 KTX가 생겨서 왕복시간이 단축되니 덜 피곤하고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모르는 소리 말라고 한숨이다. 새마을호 시절에는 어차피 하루만에 다녀오질 못하니까 부산에서 일 보고 회도 먹고 바다도 보고 좀 놀다가 다음날 왔는데 KTX가 생기니 당일출장 처리가 되고 다음날 피곤한데 또 출근해야해서 더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오래 기차나 버스를 타면 멀미나서 힘드니까 시간이 단축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산업자본주의 초기에 가장 먼저 철도가 깔렸다. 물품운송. 자급자족하던 공동체에서 물건이 '상품'의 외형을 띠고 공동체 ..
노동이 교환가치이길 중단하려면 "임금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재생산도 포함한다. 그리하여 노동계급의 이 표본이 죽으면, 다른 표본이 그를 대체한다. 50명의 노동자가 죽으면,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 다른 50명이 나타난다." (정경비요1권 -368)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한 구절을 같다. 뻔한 얘기.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인데 '나타난다'라는 동사가 낯선감성을 일으킨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걸까. 무한증식 무한복제 가능한 존재로 산다는 것의 쓸쓸함. 한 존재가 쉽게 다른 존재로 대체된다는 게 자본주의적인 폭력구조를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쌍차 분향소의 22개 영정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22명의 죽음은 22명의 다른 노동자로 대체되어 자동차는 차질없이 생산된다. 엠비시는 파업 130일을 넘겼는데도 ..
정치경제학비판요강 - 화폐와 자본 그리고 노동 172~308 요약 1. 화폐의 기능형태 화폐는 모순되어 보이는 기능들의 복합체다. 맑스는 화폐가 어떤 기능적 형태를 취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역할, 역사, 그로부터 초래되는 위기들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1) 가치척도: 상품들이 교환되기 전에 이미 전제되는 척도로서의 화폐. 척도로서의 화폐는 계산화폐로 기능한다. 가격으로서의 상품은 관념적 화폐로 전환된다. 2) 유통수단: 상품이 화폐로 실현될 수 없다면 그 가격은 단지 상상에 머물 뿐이다. 화폐는 모든 사물의 형리이고 모든 것이 바쳐져야 하는 화신이며, 모든 상품의 전제군주가 된다. 3) 화폐로서의 화폐: 부의 축적. 화폐가 가치척도나 유통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순환. "화폐는 더 이상 수단으로도 척도로도 현상하지 않고 자기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