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연 / 이성복 1 내가 자연! 하고 처음 불렀을 때 먼 데서 무슨 둔한 소리가 들렸다 하늘 전체가 鍾이야 내가 자연! 하고 더 작게 불렀을 때 나무들이 팔을 벌리고 내려왔다 네가 山이야 내가 자연! 하고 마지막으로 불렀을 때 샘물이 흘러 발을 적셨다 나는 바싹 땅에 엎디어 남은 말들을, 조용히, 게워냈다 2 안개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의 입모양도 지워지고 손짓만이...... 떨리는 손가락,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돌아서 무언가를 밀어젖혔고 그건 門이었고 아름드리 전나무가 천천히, 쓰러져 갔다 굴러 떨어지며 그가 일으키는, 나는, 물결이었다 - 이성복 시집 엄마 요즘 왜 시집 안 읽어? 딸이 묻는다. 내가 시를 안 읽는 줄도 몰랐는데 딸이 일깨워 준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니 책상 위에 시집이 없단다.. 이전 1 다음